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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이 사랑

폭주를 멈추게 하는

by 이가연

드라마에서 남주가 칼 들고 폭주하려 하니, 여주가 좋아한다고 말하며 막아서는 장면이 있었다. 그 장면에서 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참 들었다. 나도 그럴 날이 있을 것 같고, 나도 그렇게 쓰일 수 있을 거 같았다.

신기한 점은, 보통 나는 누가 좀 나를 그렇게 막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살아왔다. 내가 분노할 때, 필요한 건 정말 당장 안아주는 거밖에 없다. '모든' 상황에서 그게 안 되어서 내가 폭주하게 됐던 거였다. 다 막을 수 있었다. 분노하게 한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핸드폰 던져버리게 하고 그냥 옆에 누구 한 명만 있었어도,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걸 이렇게 잘 아는 나라면, 다른 사람을 그렇게 돕는 것도 얼마나 쉽고 가능한 일일까.

드라마에 '널 생각하니 배고픈 걸까. 아니면 배고프니까 니 생각이 나는 걸까.'하는 대사가 있었다. '오. 나도 대입해 볼 수 있는 게 있나.'하고 생각해 봤는데 안 떠올랐다. 당연하다. 나는 항상 생각하니까. 도대체 생각 안 날 때가 언제냐 싶다. 핸드폰 같은 존재다. 핸드폰 어디다 뒀는지 항상 알지 않는가. 그거랑 똑같다. 걔에 대한 마음을 자각한 게 대략 2023년 11월 17일이다. 그리곤 11월 21일에 처음으로 곡을 썼다. 네이버 디데이로 계산해 보니 691일이다. 상사병도 이 정도면 진짜 만성 질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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