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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이 사랑

나를 아낀다면

by 이가연

P.S. '내가 널 좋아하는 이유'가 아니라, 나는 어떤 사람을 좋아할까 서술한 글이었다... 역시 타겟은 한 명이지...



이제 확실하게 알았다. 저렇게 '나는 이런 거 도움이 되어서 좋다.' 라고 말해주는 사람을 원한다. 저렇게 햄스터인지 생쥐인지 이모티콘을 보내서 웃게 해주는 친구를 원한다. 저 오빠랑도 얼굴을 못 본지 거의 1년이 다 되어가고, 여건이 안 되셔서 1년 동안 전화를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카톡 대화가 친구 관계의 거의 전부다. 정말 별 거 없다.

당장 나에게는 위안이 되는 말이지만, 이게 꼭 누가 나타나야 완성이 되는 것이 아니다.

나를 진심으로 아낄 줄 아는 마음이 다였음을 제대로 깨달았다. 내가 나를 아낄 줄 알았다면 나는 지금 모솔이었을 거다. '한두 달 안에라도 깨달은 게 어디냐'하지만, 애초에 만나지도 않았어야 맞다. 친구들도 다 마찬가지였다. 대부분 내가 매달리다가 지쳐서 보내준 꼴이었다. 이제 그런 영양가 없는 짝사랑, 연애나 친구 관계는, 먼 과거 같다.

나를 아낀다면 내가 아프게 둘 수 없다. 내가 걔를 원하는 건, 드라마 보면서 '아 진짜 똑같이 생겼어. 분명 안 똑같을텐데 나한텐 지금 저 분이 그냥 걔야.'하며 혼자 키득키득 웃기 때문도 있다. 내 마음을 아프게만 하는데도 계속 좋아했던 건, 나를 아끼지 못하던 작년 하반기 얘기다. 지금 일상 속에, 아이러니하게도 유일하게 웃게 하는 게 걔다. 나는 얼굴에 티 안 나는 줄 알았는데 엄마가 무슨 좋은 일 있냐고 했을 때, 다 그냥 걔 생각했던 거였다.

내가 나를 아끼게된 것만으로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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