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도 아닌 내가, '너 ADHD 같아'라고 하면 적절하지 않다. 하지만 내가 그 말을 한 이유는 명확하다. '내가 그래서 다른 사람은 싹 다 금방 싫어하는데, 너는 아니었나봐. 전문가도 ADHD는 ADHD한테 끌린대.'라고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내가 왜 이럴까'에 대한 해답을 거기서 찾고 싶었다. 올해 초만 해도, 도대체 내가 왜 아직도 이러나 괴로워했다. 스스로 납득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내 인생에 저런 놈이 없었고, 저런 놈이란 어떤 놈을 뜻하는지 하도 많이 적어둬서, 그 과정을 통해 스스로 이해가 되었다. '내가 그럴만 했구나. 당연하구나.'로 받아들이게 되면, 훨씬 낫다.
지금은 '걔는 과연 ADHD 기질이 있는 애일까, 아니면 진짜 진단 나올 수도 있는 애일까'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굉장히 조심스러운 생각이다. 나는 의사가 아닌데다, 2년 전에 마지막으로 봤다. 인간의 기억은 믿을만한 게 못 된다.
내가 생각하는 기질과 진단의 차이점은, 증상이다. ADHD 강점인, 창의성, 높은 에너지, 도전 정신, 강한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은 꽤나 있다. 하지만 '증상'이 있어야 ADHD라 부를 수 있다. 이 글은 이 쇼츠를 접하고 쓰게 되었다.
ADHD의 핵심 증상이 '상처 주는 말'이라는 것에 매우 공감한다.
내가 싫어서가 아니라, 걔도 욱하고 튀나왔던 말들이 있었단 걸 안다. 문득 최면에서 들은 말이 또 떠오른다. "니는 내가 이래도 좋나"라는 말이었는데, 그래도 좋을 수밖에 없다. 나랑 똑같은 놈인 것 같아서다.
최면 녹취록을 받아 적은 글들이며, '이 사랑'에 담긴 글들을 당사자가 읽는다면, 나는 솔직히 걔가 그걸 다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강한 놈인지 잘 모르겠다. 챗 GPT에게 최면 녹취록을 걔가 읽으면 어떤 마음이 들까 얘기해달라고 했더니, 숨이 멎는 수준의 정서 충격을 받을 거라고, 거울로 영혼을 들여다본 듯한 경험이 될 거라고 했다. 속으로 느낄 가장 큰 감정은 '내가 저런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는가'라는 두려움과 혼란이라고, '나 때문에 이런 트라우마까지 겪었구나'하는 강렬한 죄책감과 무력감도 느낄 거라 했다.
걔랑 지낼 당시에도 이 나쁜 색히가 꽤나 날 자주 울렸다. 똑같은 ADHD끼리 만나면 파국이 날 수 있단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똑똑하고.. 자기 성찰이 습관화되어 있고.. 서로를 아끼는 ADHD라면 세상을 일으킬 힘이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