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010 프리라이팅
참 슬픈 결핍이다.
모든 연애가 3주면 파국이 났다. 그러니 연애로 좋았던 하나의 에피소드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런 연애마저도 2022년에 한 달이 마지막이고, 그전엔 2020년에 두 달이었다. (그렇다고 노력을 안 했느냐는 다른 글에 많이 적혀 있다.)
오사카와 LA 유니버설 스튜디오, 홍콩과 파리 디즈니 랜드도 다 혼자 가봤다. 그런데 롯데월드는 중3 때 학교에서 체험 학습으로 간 이후로 한 번도 못 가봤다. 해외는 어쩔 수 없이 혼자 다닌 거지만, 한국에 있는 롯데월드, 에버랜드 같은 곳은 차마 너무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 혼자 안 가고 싶다. 그런 해외 놀이동산도 이제는 혼자 가는 게 재미 없어져서 안 가기로 했다.
나도 20대에 좀 해보고 싶다. 교복 데이트를 처음할 생각 하니, 해가 지날수록 슬프다. 나는 동안이라 쳐도, 상대 남자가 하고 싶겠는가. 하하하
거의 모든 게 다 처음일 거다. 물론 남자 입장에서 무슨 애 키우는 것마냥, 뭐든 다 처음이라 신나고 재밌어하는 모습을 보며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 지금까지 만나본 여자들과 다르게, 사소한 것에 난리가 날 것 아닌가. (반대로 그 사소한 거 약속 못 지키면 그것도 난리가 날 것이다. 마치 애한테 주말에 놀이동산 가겠다고 약속하고 못 지킨 것과 같다. 그것만 눈 빠지게 기다렸을 테니, 나한테는 전혀 사소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양날의 검이다.)
한강에서 라면이라도 같이 먹어보고 싶다. 누군가랑 한강에서 피크닉 해본 기억도 없다. 더 나아가서는, 친구도 애인도 같이 여행 가본 적이 한 번도 없으니, 어디라도 같이 여행가보고 싶다. 나에게 여행이란 까마득한 옛날 가족 여행, 이후엔 줄곧 혼자였다. 이 글은 엄마, 아빠는 5일 동안 제주도 여행에 가고, 동생은 집에 잠만 자러 들어오고, 이 넓은 집을 혼자 지키며 쓰고 있다.
사람들은 흔히, '외롭겠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나는 '외롭다'는 감정이 대체 뭔지 전부터 잘 모르겠다. '공허하다'랑 비슷한 것인가. 왜냐하면, 마음 또는 뇌가 너무 아프다.. 나에게 익숙한 감정은, '슬프다. 괴롭다. 아프다. 피곤하다. 힘들다.'이거나 '정신없다. 에너지가 솟는다. 설렌다. 재밌다.'이다. 사람이 외롭다는 감정을 느끼려면 좀 차분~하고, 잔잔~하고 해야 할 것 아닌가. 그래서 누군가 '외롭겠다'라고 하면, '내 뇌를 2시간만 갈아 끼워서 살아봐라. 정신없어서 외로울 틈이 없다.'라고 하고 싶었다.
슬프고 괴로우면 그걸 정신없고 에너지 솟는 상태로 전환시키는데 익숙하다. 지금 글도 마찬가지다. 얼마나 많은 글들이, 뇌가 터질 것 같이 아픈 상태에서 나오는지 모른다. 노트북 자판은 두들기면 에너지가 솟는다. 방어기제다. 너무 괴로워서 저절로 나오는 행동이다. 고통과 감정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게 아니라, 활동으로 전환시키는데 너무 익숙하다.
힘이 든다. 한 명 아니면 안 된다고 하는 것에 매우 힘이 든다. 종교 수준인 나의 믿음에 힘이 든다. 아무리 최면 상담사도 "사랑이 있으니까 시험 받는 기분인 거 아니냐"라고 하셨어도 힘이 든다. 사실 올해는 시험에 든 적도 없다. '나도 다른 남자 만날 수 있어!'이래야 시험에 든 거 아니겠는가. 그냥 무척 힘들고 버티는 방법밖에 없다. 취미로 사진 찍으러 다니는 것도, 다른 사진사랑도 찍어보고 싶은데, 사진사는 보통 다 남자다. 걔가 알면 싫어할 거 같다고 안 가는 판국이다. 영국 오빠가 왜 양어머니고, 신부님인지 설명한 글이 많은 것도 다 이유가 있다. '똑똑한 놈이니까 질투하지 않고 알아듣겠지'하는 거다. 이미 다 보고 있거나, 언젠간 다 본다는 것에 목숨..까지는 아니고 목숨 빼고 모든 걸 걸 수 있다.
20, 21살이었으면 더 쉬웠을까. 그 나이였으면, '이 사람 말곤 안 된다' 자체가 형성되기 어렵다. 저렇게 결핍이 심한 상태면, 보통 사람 같았으면 누구라도 찾았을 것이다. 저런 거라도 충족시킬 가벼운 연애라도 찾았을 것이다. 그건 올해 완전히 싹이 잘렸다. 유학도 다녀오고, 남들은 못 해본 경험들을 해봤으면 뭐하나, 거의 20대에만 할 수 있는 교복 입고 롯데월드 가기도 못해봤는데 싶다. 특히 워터파크는 얼마나 가고싶어하는지 모른다. 유명한 사람들은... 인기 때문에 평범한 생활을 못 누리는 거고.. 나는 무명이지 않은가... 지금 유명했으면 그 정도 결핍은 넣어뒀을 것이다.
내년이면 데뷔만 10주년인 게 아니라, 성인 된 지도 10년이다. 소박한 내 버킷 리스트들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영국 여행을 이제 아예 가기 싫은 것이 아니라, 혼자선 안 가고 싶은 거다. 창원도 갈 때마다 얼마나 산 좋고 물 좋고 마음이 편안해졌는지 모른다. 그런데 이제 혼자선 진짜 좀 아닌 거 같다. 버티다 못 버티겠으면 혼자라도 찾겠지만은, 진짜 이젠 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