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군의 셰프' 주인공 닮았다고 자꾸 얘기하니, 혹시 걔가 잘생겨서 좋아하나 오해를 살까 봐 문득 불안해졌다. (걔가 저 분과 똑같이 생겼다면, 저는 설리랑 똑같이 생겼어요.)
저를 가장 쉽게 정 떨어지게 하던 사람이 바로, 잘생긴 사람입니다. 사람이 처음 딱 봤을 때 눈에 들어오는 건 얼굴이에요. 지금 생각하니 ADHD가 다 원인이었다만, 자극에 굉장히 약하고, 도파민 결핍 상태인 제가, 갑자기 잘생긴 사람을 봤을 때 얼마나 금방 중독됐겠습니까. 금사빠도 그런 금사빠가 없었습니다. 딱 한 번 봤는데 미쳐버린다니까요. 그러다 한순간에 팍 찬물 맞은 듯 정신 차리죠. 왜냐하면, 잘생긴 얼굴 말고는 마음에 드는 구석이 단 하나도 없으니까요. 정말 그랬어요. 머리부터 발 끝까지 다 마음에 안 드는 데까지 한 달입니다.
물론 '내가 운이 진짜 나빴나. 어떻게 사람이 잘생긴 거 하나만 장점으로 보이고, 나머지는 죄다 싫은 사람만 좋아했지.' 싶기도 했습니다. 왜냐하면, 사람이 잘생기고, 자기 일도 열심히 잘하고, 유머 감각도 있고, 어쩌고 저쩌고 다른 제 맘에 드는 장점이 있었으면 한두 달이 아니라 더 좋아했을 수도 있잖아요. 이래서 제 사람은 잘생길 수가 없다고 한 겁니다. (야 미안하다!) 잘생긴 사람은 세상 사람들이 가만 냅두질 않아서, 그런 정신적 성장과 깊이를 20대에 이룰 수가 없어요. (옛다 당근이다!) 제가 원하는 대화는 근처도 못 가요. 저는 밥 먹는 거 관심 없는데 뭐 먹었냐 물어보면 극혐하거든요 그런 영양가 없는 대화.
언제 한 번, 영국 오빠가 '경상도 사람한테 한 번 빠지면 답 없대.'라고 했을 때, 욕했을 겁니다... 욕한 이유가, 좀 그 말이 일리가 있어요... 서울 남자는, 오며 가며 그냥 처음 보는 사람 대화해 봐도, 다 나긋나긋 젠틀해요. 근데 이색ㅎ... 아니, 이 놈은, 아니 얘는, 저는 이런 츤데레는 처음 만나 본 거죠. 엄청 틱틱댄 거예요.
제가 봤을 때, 저는 '날 이렇게 대한 사람, 너가 처음이야.'에 걸려든 거 같아요. 예를 들어, 방금 쓴 곡 들려줬더니, 이래저래 말하곤 노래는 더 연습해야 된다 이러잖아요. 방금 쓴 곡이니 당연히 스케치고 나도 알 거든요. 그런 지적거리들이 기분 나쁜 게 아니라, 날 아주 자극시켰나 봐요.
말이 되게 이상한데, 왜 자꾸 채찍을 맞고 싶어 하지. 당근이나 받아먹지. 당근 주는 친구는 이미 있으니, 채찍도 때릴 줄 아는 사람 원함.
P.S. 사실 경험담이다. 오랜 기간 답 없는 짝사랑 한다고 하니, 첫마디가 잘생겼냐고 한 사람이 있었다. 그런 게 내가 표정 관리가 안 되고 바로 얼굴 썩어버리는 질문 중 하나다. 세상 살아가려면 그런 표정 관리 좀 되어야 하는데, 이래서 ADHD가 세상 살아가기 어렵다. 그런데 20대면 흔하게 할 수 있는 소리 아닌가. 이래서 내가 4050대 지인만 있어 보인다. 내 기준에서 그런 헛..소리를 잘.. 안 하시기 때문이다 (?) 이해할 사람은 이해할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