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것

by 이가연

하룻밤 사이에 타로 채널에 영상 하나 조회수가 터졌다. 이가연 개인 채널에서는, 롱폼 영상이 저렇게 조회수가 천 회 이상 많이 나올 수 없다. 알고리즘 타서 그게 가능했던 건, 내게는 숏폼이 없었던 2017-18년에 가능했다. 이후엔 정말 극히 드물었다.


타로 채널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영상을 만들어올리기 때문에, 구독자가 금방 는다. 노래 채널은 그냥 내 노래와 브이로그를 올리는 것이라서, 아무리 영상을 올려도 조회수도 안 나오고 구독자도 안 는다. 오히려 갑자기 공연 영상 많이 올리면 빠져 나간다.


조회수 천 회당, 기분 나쁜 댓글 하나는 꼭 달리기 쉽상이다. 꼭 그렇진 않지만, 그럴 확률이 확 올라간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눈 떠서 확인한 새로운 댓글 10개는, 전부 따뜻한 댓글이었다. 2015년에 유튜브를 시작하고 10년 동안 한 번에 댓글 10개를 확인할 일 자체가 없었다. 유튜브 스튜디오 앱을 하루에도 몇 번씩 들어가서 확인하기 때문이다. (좋지 않은 습관이라 고치려고 앱을 숨겨놨는데 여전하다.)


아직도 타로 채널에 댓글 떴다는 걸 알게 되면 눌러보기 꺼림칙하다. 며칠 전에도 시비, 불편 댓글이 있어서 삭제했다. 그러고 나면 욱해서 막 그런 댓글은 보는 즉시 삭제하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그 순간 욱하는 내 모습을 굉장히 싫어한다. 금방 가라앉긴하지만, 그 순간은 상당히 강렬하기 때문이다. 순간 심장에 혈류가 막 넘치는 느낌이다. 채널 소개에 ADHD라고 써놨다고 효과가 있을 리 없다. 이렇게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의 한마디에 순간 확 욱하는 건, 그냥 안고 살아야 한다.


바로 주의 전환이 되어야 하는데, 혼자선 그게 어려워 보인다. 그래서 제발 유튜브 댓글을 관리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그런 시비 댓글을 볼 필요가 없도록, 욱하지 않는 제 3자가 미리 처리해놓으면, 예쁜 댓글들만 보고 싶다.


댓글을 아예 읽지 말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정말이지 ADHD 글을 정독해야 한다. 배고픈 상태로 눈 앞에 먹을 게 있는데 안 먹을 수 있겠는가. 나는 내가 유명해져서 댓글이 와다다 쏟아지길 바라는데, 댓글 하나하나 얼마나 귀중하겠나.


유튜브 계정 로그인 정보를 알려줄테니, 내가 보기 전에 불편한 댓글들을 좀 지워줬으면 좋겠다. 단순히 댓글 하나 지우는 과정이 힘든 것이 아니라, 댓글 알림을 볼 때마다 마음이 불편하다. 설레야하는데 두렵다는 게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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