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갔다 온 다음 날이라, 과연 외출할 기력이 날까 싶었는데 다행히 잘 다녀왔다. 아무래도 주제가 '정신 건강'이고, 이런 강연은 흔한 기회가 아니기 때문에 꼭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위치도 여의도에서 광화문까지면 멀지 않았다.
입장했더니 장소 자체가 심상치 않았다. 보통의 강연장처럼 의자가 쭉 있었고, 뒤편에는 각종 간식거리가 아름답게 펼쳐져있었다. 참가비를 낸 것도 아니고, 무료 강연인데 깜짝 놀랐다.
간식을 먹고 기분이 좋아진 상태에서, 오프닝 스피치를 들었다. 오프팅은 우울증 환자였던 와이프를 두신 작가님의 이야기였다. 작가님도 우울증에 대해서 너무 몰라서, 초기 대응을 놓쳤다고 말씀하셨는데 정말 와닿았다. 어떤 질병이든 다 그렇지만, 우울증도 초기 대응이 너무 중요하다.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다.
사람은, 부당 해고를 당했든, 암 선고를 받았든, 설령 가족이 죽었든, 그렇게 매일매일 고통 호소하며 몇 달씩 일상생활이 불가하면 안 된다. '이유가 있으니까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물론 정상적인 애도 반응이냐, 지나친 애도 반응이냐, 그 기준이 무엇인지 정확히 나누긴 어렵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의 소위 '이유 있는 우울증'이 더 걱정된다. 무슨 이유에서건, 일정 기간 이상 수면과 식사가 무너질 정도로 일상생활이 불가하면 도움을 받아야 한다.
작년 하반기 내내 우울증이었는데, 지금 병원을 작년 12월에 만나서 후회한다.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처음 한 사람.. 의도는 알겠지만 마음에 안 든다. 감기는 약 안 먹어도 낫는 사람들이 있겠지. 강연자 님도 마음의 암은 되는 거 같다고 그러셨다.
다만 강연 들으면서 생각한 것이, 강연자 님의 아내 분은 심한 우울증이셨다. 경증 우울증도 존재한다. 나는 늘 자살 충동은 전혀 안 드는 우울증이었다. 사람마다 증상이 너무 다르단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어떤 사람은 하루 종일 자는 걸로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어떤 사람은 잠을 아예 못 잘 수도 있다.
나는 심한 우울증은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ADHD 증상이었는데, 그동안 병원에서 그걸 몰랐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가 잘 이루어지지 못했다. 조울증이 아니라 ADHD였는데, 조울증 약을 쓰니 부작용으로 살만 쪄서 고생했다.
정말 감사하게도, 내가 지금까지 목숨줄 유지하고 살아올 수 있던 이유 1순위가 '나의 꿈'이다. 우울증을 달고 살았음에도, 항상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가슴에 박혀 있었다.
가족, 친구, 상담 선생님, 다 아니고, 내 안에 있던 나의 꿈 덕을 제일 많이 봤다. 그래서 종종 '나.. 올림픽 체조경기장 같은 큰 무대에 당장 죽어도 여한 없을 정도로 많이 서본 유명한 가수 되면, 자살에 너무 취약하게 되는 거 아니냐.' 싶은 적 솔직히 있다. 하지만 이 글의 독자들은 너무 걱정시키지 않기 위해 덧붙이자면, 내가 누구냐... 하고 싶은 게 늘 넘쳐난다. 늘 새로 생긴다. 그렇기 때문에 그때 되면, 또 새로운 꿈이 마구 생길 것이다.
내가 뭐 사람을 죽이고 싶단 얘기하는 것도 아니고, 내 아픔을 누구에게나 아무렇지 않고 쉽게 드러낼 수 있는 건, 보기 드문 강점이다. 그냥 나에게 필요했던 건, 대화 대상 분별 능력이었다. 대상 분별 능력이 떨어지면, 위 사진에 있는 금지어처럼, 아주 도움 안 되는 가벼운 말들에 쉽게 노출 된다. 나는 가뜩이나 ADHD가 껴있어서, 종종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해서 하는 말들에 크게 분노하고 차단하곤 했다.
여기까진 눈물 참을 일은 없었다. 그런데 다음 세션부터 눈물 참기 챌린지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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