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이를 낳는 부부가 다수이고, 아이를 낳지 않는 부부가 소수일까. 아이를 낳는 것도 선택인데 말이다. 결혼이라는 것이, 두 사람이 만나서 두 사람이 부부가 되는 것인데 왜 아직까지는 부부에 아이가 포함되는 게 주류일까. 종족 번식 욕구가 그만큼 흔한 것인가.
나는 아이를 안 낳는 부부에게 질문이 들어오는 거부터가 이해가 안 된다. 아이를 낳는 부부에게는 왜 낳는지 안 물어보지 않는가. 내가 영국 취직을 하지 않고 한국에 남는다면, 나이가 들수록 이게 두렵다. 지금까지도 진절머리 나는데, 얼마나 더 나를 기분 나쁘게 할 사람들이 많을까 지레 염려가 된다... 정작 30대, 40대 되어서 아무도 안 그러는데, 미리 염려하느라 스트레스 더 받고 있는 건 아닐까. 김혜수 배우님께 왜 결혼 안 하시냐고 감히 물어보는 사람? 나도 그리 유명해질 거다.
아직 연애도 제대로 못 해봤으면서 상당히 자주 머릿속에서 그런 '대비'를 하게 된다. 행복한 연애를 단 한 달이라도 해보고 그래라... 싶다.
앞으로 펼쳐질 인생은, 다를 수 있다. 아니, 다를 것이다. 나를 기분 나쁘게 하는, 내 기준 미달 사람들을 안 만날 것이다. 그동안 하도 '왜 화장을 안 하냐' 등의 내 기준 예의 미달의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나서 뇌가 대비 시스템을 지나치게 사용하는 것이다. 이해는 매우 된다.
긍정적이고 밝은 미래만 생각해도 아까운 인생인데, 이런 대비 시스템에 좀 불만이다.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바로 전환해 주는 거다. 바로 미래의 행복한 장면을 상상하겠다. 생각을 '멈춰!'시키는 건 어렵지만, 다른 장면을 바꿔주는 건 가능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남편하고 이 나라 저 나라 다니는 장면을 상상하겠다. 영국, 미국, 호주 등 단순 여행만 많이 다니는 것이 아니라 1년씩 살기도 하는 상상을 할 거다.
나는 아이 낳기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그 엄청난 고생, 시간과 노력을 들일 여력도, 이유도 전혀 없어서 아닌가.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꿈꾸는 삶은, 안정적인 게 제일인 대다수 사람들이 꿈도 못 꿀 삶이다. 비행기만 떠올려도 좋다.
그 '좋은 감각'에 집중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