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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혼자서

by 이가연


올초에, 나는 아직 27살밖에 안 됐는데, 어떤 사람이 "곧 서른이시네요." 이래서 '뭔 멍멍이 소린가' 싶었던 적이 있다. 그런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떠오를 때마다 열 받는다. 5년 전부터 친구라곤 외국인 친구들뿐이라, 한국 나이가 이상하다. 법도 바뀌었는데, 영국 갔다오면 그사이에 좀 다들 익숙해져있을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그대로다. 거기에 영국 갔다온 이후로는,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듣는 한마디 한마디가 지독하게 무례하게 느껴져, 진짜로 당분간 아무도 안 만나고 싶다. 게다가 현재 돈 버는 것도 없고, 그렇다고 취직할 생각도 없고, 물어 뜯기기 딱 좋은 상태다.


혼자해야 된다. 찡찡대지 말고 혼자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봤다.


요즘 놀이터에서 그네 탄다. 사실 여기 놀이터 13세 이상 들어가지 말라고 써있다. 근데 놀이터 이용하는 사람 자체가 없다. 사람이 잘 지나다니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래도 누구 한 명이라도 지나다닐 경우, 나이가 많으면 좀 부끄럽지 않겠나. 사실 지금도 동갑내기들은 부끄러워할지도 모르겠다.. 그러고보면, 나는 나이가 몇이든 갈 사람만 있으면 워터파크 잘만 갈 거 같다. 나이 들면 못 갈 거 같아서 자꾸 불안해하는데, 갈 사람도 나처럼 애면 된다. 다만 교복 입고 롯데월드는 진짜 최대 5년밖에 안 남은 거 같다.


머리 탈색하기도 몇 년 전부터 계속 생각했었다. 태어나서 탈색은 한 번도 안 해봤다. 그런데도 빨간 머리 색깔이 잘 나온다. 남들은 탈색한 줄 안다. 그러니 앞으로 빨간 머리라도 계속 염색해서 유지하려 한다. 엄마 왈, 어차피 이거도 나이 들면 못 한단다. 그리고 미용실 갈 때 내 돈도 안 든다. 그게 뽀인트다.


무페이 공연도 나를 행복하게만 해준다면 너무 좋다. 얼마 전에 갔던 공연은 백점짜리였다. 맛있는 음식에 음료에 VIP 대접 받는 기분이었다. 나중엔 돈을 줘야만 움직이게 될 수도 있다. 그런 아기자기한 실내 펍은 돈 주는 데 없다. 나는 그런 펍 분위기를 매우 좋아한다. 하지만 누군가랑 대화를 하지 않으면 술이 목구멍에 안 넘어가서 혼술은 할 생각도 안 든다. 그래서 그런 실내 공연이 여러모로 날 행복하게 한다.


봉사도 사실 3040대가 봉사하는 건 못 봤다. 90%가 봉사 시간 필요해서 온 대학생들이고, 10%는 은퇴하신 분들로 보였다. 나는 아직 대학생처럼 보인다. 하하하



체력이 해를 거듭할수록 다르단 건 공감이 전혀 안 된다. 20, 21살 때부터, 밖에 3-5시간만 나가 있었다. 난 오히려 해를 거듭할수록 나아질 것이다. 이제 ADHD 약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딱히 먹을 필요가 없어서 안 먹는다. 하루종일 집에만 있어도 되는데, 그래도 1-2시간씩 외출하고 온다. 하지만 일을 해야 된다면, 약 먹으면 나가있을 수 있을 거다.


지금이라서 할 수 있는 일을, 어떻게든 더 찾아서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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