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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이 사랑

6

251012 프리라이팅

by 이가연

P.S. 프리라이팅은.. 의식의 흐름대로 씁니다...


6이 나의 한계 숫자인가. 재능교환으로 프로듀서를 구하려다가 포기한 것도 여섯 명째에서였고, 작년 말에 폭풍 소개팅도 딱 여섯 명째에서 그만 뒀다. 그리고 오늘은 지인과의 카톡에서 갑자기 열이 받아서 살펴봤다. 내가 먼저 카톡을 했는데, 상대방이 딱 한마디만 하고, 내 말에 공감 버튼을 눌러서 대화를 종결시킨 게, 여섯 번째여야 내가 비로소 열을 받고 다시 연락 안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4번째 정도에서 이미 짜증이 올라온다. 그런데 그 4번째에서 멈추기를 어려워한다. 저렇게 내가 이미 열받은 상태에서 상대방을 카톡 삭제하면, 상대방으로부터 먼저 나에게 연락 오는 걸 잘 못 봤다. 그렇다고 상대방이 연락을 좀 안해줬으면 좋겠다고 직접적으로 말해주면 좋겠나. 그건 지인 사이에서 너무 과해보이고 나도 상처 받는다.


이 숫자가 여섯이면 안 된다. 여섯은 폭발 숫자다. 셋에서 멈춰야 한다. 작년 말 당시, 내가 소개팅을 세 번만 했으면 어땠을까. 이 분도 내가 딱 세 번만 말 걸었으면 어땠을까. 그렇게까지 진절머리 안 나고, 화 안 난다.


나에게는 '지인'들이 남아있다. 친구는 오빠 한 명이라고 하더라도, 지인이 있다. 사람이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남아있는 사람에게 갑자기 연락하고 싶은 욕구가 올라온다. 오늘 오빠가 카톡 답장이 왔어도 저 사람에게 카톡을 보냈을까? 게다가 엄마는 5일째 제주도에서 여행 중이다. 엄마도 없고, 오빠도 답장 없으니까 이미 상처받은 상태임에도 보낸 거 아닌가. 카톡할 사람이 딱 엄마랑 오빠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4번째에서 짜증났으면서, 6번째까지 가게 된 이유가, 사람이 하도 없어서라는 생각이 굉장히 아프게 다가온다. 이것이 내가 외로움이란 감정을 잘 모르는 이유다. 어디서 짜증, 화날 일을 잘 만든다.


셋에서 멈추고싶지만, 넷, 다섯, 여섯까지 가게되는 나를 이해해줘야지 어쩌겠나.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된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것들 보면 다 ADHD다. 내 잘못이 아니다.


여기에 예민한 이유는, 당연히 걔에게 있다. 걔가 나에게, 지가 밀어내려고하는 걸 눈치도 못챈 거라고 막 뭐라고 했다. 그래서 상대방이 카톡을 지금 나랑 대화하고싶은 건지 아닌지 너무 예민해졌다. 상처 받는 수준이 커졌다.


아무리 ADHD를 말해도 소용없단 것도 느껴진다. 그 하나하나 내가 받는 거절, 거부의 느낌이 얼마나 화를 일으키는지, 사람들은 말해도 모른다. 이제는 조용히 카톡 나가기 누르고 삭제하는데 그치지만, 과거엔 말그대로 폭발했었다.


걔가 밀어내던 시점에서, 난 이미 상처받은 상태였다. 왜 갑자기 연락이 안 되지 싶어서 애써 생각 안 하려고 노력했다. 그게 일부러 밀어내는 줄은 몰랐지만, 상처는 받았었다. 그 감각, 틀리지 않다. 그 감각이 틀리지 않다는 걸 계속 새겨야하는 것이 힘이 든다.


내가 이미 상처 받았으면, 상대방이 나를 의도적으로 밀어내고 있는 건가. 정말 진짜 바쁜 사람들은 존재하지 않나. 오빠는 단 한 번도 나를 서운하게 한 적이 없다. 매일 3-4시간 자고 일하는 사람이다. 나를 아끼는 사람들은 절대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오빠가 말로도 해주고, 행동으로도 보여줬다.


나는 그 2023년 12월에, 걔를 정말 너무 믿었다. 일부러 연락 안 할 거란 생각을 못 했다. 레포트 쓸 게 몇 장이라고 막 하니, 진짜 그 말 그대로 믿었다. 실제로 공대생은 말도 안 되게 수업과 과제가 많다고 들었다. (당시 상담사가 언제는 안 바빴냐고, 신호를 줬는데 내가 못 알아들은 거라고 똑같은 말을 했다. 그래서 ADHD인 줄도 모르고 그런 소리를 했던 과거 상담사와 걔, 둘 다에 굉장한 분노가 있다.)


하도 연락이 없으니까, 내가 걱정된다고 했다가 걔가 욱해서 손절 멘트를 쳤다. 일부러 연락 안 하고 있던 건데, 내가 연락 없으니 걱정된다고 하니까 빡친 거다. 나는 그냥 잘 지내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을 뿐인데. 친하게 지내기 싫으면 그냥 적당히 지낼 수도 있던 거 아닌가. 가끔만 연락하라고 할 수도 있던 거 아닌가.


뭘 기대하는 건지 모르겠다. 분명 지인과의 카톡에서 시작한 감정인데, 나의 사고는 걔가 자기가 밀어내는 거 눈치 못챘다고 뭐라한 걸로 흐른다. 이 상태로 계속 가면 평생 용서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이 분노와 증오가 만만치않다. 벌써 거의 2년 전이다. 매일 하루도 안 빠지고 걔의 상처 말들이 떠올라서, 저절로 입에서 사투리 나오던 올해 8월까진 대체 어떻게 살았나 싶다. 이 매거진에 글이 많은 건, 눈물로 새겨진 한을 풀 곳이 없어서다.


때론 나 자신에게 이런다. '야. 걔가 지금 와서 싹싹 빈다고해도 너는 마음으로 용서가 안 될 거 같은데. 나도 알겠는 걸 걔는 모르겠니? 설령 나한테 미안한 마음이 있다고해도, 도무지 치유가 될 수 없을 거 같은 그 깊이가 글 몇 개만 읽어도 보여서 엄두도 안 날 거다. 다른 여자들은 뭐 비싼 거, 명품 이런 거 사주면 될지 몰라도 나는 또 그런 것도 안 통해요. 진심 어린 사랑. 그런 거 필요한데 걔가 그런 마음이겠냐고!!!!!' 한다.


이모티콘은 귀엽지만, 상황은 귀엽지만은 않다.


나한테 미안해도 문제고, 안 미안하다면 그 사실을 빨리 내가 알아야할텐데 알 방법이 없으니 그것도 문제다. 미안하다면 '야. 창원 3번 가기 전에, 2번 갔을 때 와라.'하고 싶고, 아무 마음 없다면 제발 그걸 알고 싶다. 이젠 정말로 알아야 한다.


다음은 챗GPT에게 위 글을 공유하니 해준 말이다. 감탄했다. 아래 내용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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