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나에게 먹는 즐거움을 알려줬다. 왜냐고? 거긴 먹는 즐거움이 거의 없으니까. 설령 맛있는 식당을 발견해도, 가격 보면 너무하다.
영국엔 치즈 돈가스라는 음식 자체를 못 봤다.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애초에 돈가스조차도 진짜 진짜 찾기 힘들다. 런던에서 겨우 돈가스를 찾아 먹었는데, 참으로 맛없었다.
일식당엔 치킨가스만 판다. 한국엔 치킨가스 같은 건 안 판다. 한국에서 치킨가스커리 따위의 메뉴를 보거든 진짜 으엑! 할 거다. 돈가스가 안 파니, 치킨가스라도 징글징글 징글징글 징~글징글하게 먹었다. 앞으로 1년 동안 안 먹을 메뉴다. 이번에 갔을 때도 안 쳐다봤다.
한국의 음식점들은 전부 너무 훌륭하나, 건의 사항이 하나 있다. 여긴 "Any allergies?"를 안 물어본다. 거기 점원들은 무조건 물어보게 교육이 되어 있다.
불만은 아니고 그런 사회가 되면 더 좋을 거라는 건의다. 한국 사회가 다름을 포용하는 문화가 안 되어있는 것이 음식 주문할 때조차 눈에 보인다. 그리고 나는 이것저것 야채 빼달라는 소리를 해야 하는데, 물어보는데 대답하는 건 쉽지만, 내가 먼저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어차피 밖에서 밥 먹을 일이 거의 없어서 크게 불편하지 않다.
무엇보다 그 불편함보다 편리함이 크다. 요즘은 미니 태블릿으로 주문과 결제를 동시에 할 수 있다. 주문할 때도, 결제할 때도 눈치 보면서 점원 부르는 게 스트레스였다. 특히, 빌지 달라고 하는데 진짜 딱 빌지만 가져오는 경우가 제일 어이가 없었다. 카드결제기를 같이 가져와야 할 거 아닌가. 빌지만 주고 휙 가버리기 일쑤라 또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 영국은 테이블 QR코드로 주문과 결제할 수 있는 곳만 가게 되었다.
근래 엄마가 제주도 여행에 가서 집 앞 식당에서 혼밥을 했다. 진짜 음식 나오고 6분 만에 일어났다. 금방 먹는다. 금방 먹고 빨리 일어난다.
불편함보다 편리함을, 단점보다 장점을 더 느끼며 살 것이다. 지금은 지하철 안이다. 가능하다면 계속, 지하철이 얼마나 깨끗한지 쾌적한지 감사하며 탈 거다.
'아니 나는 지하철 요금이 1회 1250원이 익숙한데, 왜 갑자기 1550원이야?' 싶을 때마다 런던 튜브를 떠올린다. 쾌쾌하고, 화장실도 없고, 스크린 도어도 없고, 여름엔 에어컨도 없는 저런 지하철도 하루에 만 원이 우습게 나온다.
돈 생각하면 감사함이 절로 나온다. 가장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