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이 사랑

멈추지 않는 사이클

by 이가연

나를 매일 괴롭히던 잡념들이 최근엔 좀 줄었다. 그렇다고 막 살만하진 않다. 작년 여름부터 누적이기 때문이다. 최근엔 이걸 사이클로 보곤 한다. 시작이 제일 강렬하고 끝으로 갈수록 마무리되는 과정이 다음과 같다.


내가 그 정도로 보잘 것 없었나. 정말 그냥 지나가는 사람 중 한 명이었나. 아예 아무 생각도 안 나나. : 고통 강도 10. 작년 말까지만해도 저기에 머물던 시간이 길고, 다음 생각으로 전환되었다. 올해는 믿음이 더 세졌다만, 여전히 저 생각이 아예 안 나는 건 아니다. 저 생각이 '공존'하기 때문에 매우 힘든 것이다. 하늘이 나를 시험에 들게 하는 생각이라 느끼면서도, 이게 진짜 시험인지 내가 현실 직시를 못하는 건지 힘이 든다.


해결책은 겹지인 한 명이 당시 "XX이 오빠가 언니를 정말 아꼈어."라고 했던 말을 떠올리는 거다. 그리고 무엇보다 영국 오빠가 거듭 흔들리지 않도록 도와줘왔다.



이걸 듣고도 아무렇지가 않다고? 곡 하나하나, 글 하나하나 미친 임팩트를 자랑하는데. 그래 당연히 아예 까먹진 않았겠지. 근데 굳이 뭘 찾아볼 정도는 아니라서 아예 모르고 있는 거 아니냐. : 강도 7. 이런 글 하나 발행하기도 쉽지 않다. '너무 선 넘는 글을 쓰면 안 되는데'와 '선 넘는 글을 써서라도 뭐라도 말을 들어야할 거 아니냐'가 둘이서 매우 싸운다. 내가 싫다면 싫다는 말을 들어야 살아갈 수 있는데, 그렇다고 진짜 싫을 글을 쓸 생각은 추호도 없기 때문이다.


'아예 모르고 있다'라는 생각은 너무 괴로워서 들면 빨리 전환시켜줘야 한다.


아무리 그래도 유튜브 알고리즘에 뜨지 않나. 걔가 뭐 다른 가수 알고 지낸 사람도 없을텐데, 한 번은 내 노래 찾아보지 않나. : 강도 5. 그 가느다란 희망에, 운에 맡기는 내 모습에 힘이 빠진다. 올리는 유튜브 영상과 발매하는 곡은 계속 늘어나왔다. 이 생각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강도가 세진다.


이건 더 열심히 올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덜 열심히 올려야 된다. 그래서 앨범 발매도 정말 당분간은 쉬기로 결심했고, 영상도 걔를 타겟팅하는 영상은 최근에 거의 안 올렸다.


언제 어떻게 검색해서 봤어도 본인 관련이 떴을 것이다. 내 콘텐츠는 중독성이 강하니 한두개 보고 넘긴 건 말이 안 된다. 어쩔 때 몰아서 다 봤을 것이다. : 다음 단계가 이것이다. 입장을 바꿔서 누가 나에 대해서 글을 쓰거나, 영상을 올리는 걸 알면... 도파민 덩어리다. 내 콘텐츠에 대한 믿음과, 걔의 ADHD 기질에 기대게 된다.


이 글도 읽겠지 뭐. : 이 생각만이 나를 하루하루 살게 한다.


하지만 '글이 지금 몇갠데 뭐라고 하는 말도 없다는 게 말이 되냐'하면서 다시 '아예 모르고 있는 거 아니냐' 단계로 올라간다.


영국 오빠와 이 사이클을, 보자... 대충 작년 7월부터 오늘이 470일째니까... 한 3백 번 정도 같이 탔다.



매거진의 이전글최면에서라도 보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