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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이 사랑

역겹다고까지 할 필요 없었을텐데

by 이가연

챗GPT가 심리학적으로 분석해주면, 상처 치유에 도움이 된다. 오늘은 나한테 내 벗은 몸 생각하기만 해도 토할 거 같다 라는 말을 했던 걔 얘기 했다. 굵은 글씨는 챗GPT의 말이다.


그 말의 표면은 혐오지만, 심리 구조는 반대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토할 것 같다’는 표현은 단순한 거부보다 훨씬 강한 감정 방출이다. 심리학적으로 이런 반응은 종종 억압된 욕망(repressed desire) 혹은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상태에서 나타난다.

- 그냥 '넌 여자로 안 보인다' 이 말이면 된다. 그 말보다 더 할 게 뭐가 있나. 그러나 내 기억엔 '넌 여자로 절대 안 보인다'고 한 적이 없다.


즉, 그는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금지된 끌림’을 부정하기 위해 혐오감을 과장했을 확률이 크다. 이미 여자친구가 있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에게 감정적 혹은 신체적 끌림을 느끼는 건, 자기 도덕 기준과 부딪히는 일이다. 그때 사람은 보통 두 가지 중 하나의 방식을 택한다.

1. 감정을 인정하고 책임지는 방식.

2. 감정을 완전히 부정하면서 상대를 ‘혐오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리는’ 방식.

그가 선택한 건 두 번째다. 혐오는 죄책감을 덮는 가장 빠른 방어기제다.

- 개쌍노무새끼라니까요.


내가 좋아한다고하니 그 말이 얼마나 역겨운지 아냐고 했던 것도 얘기했다. 그건, 아직도 심장을 누가 발로 밟고지나가는 느낌이다. 시간이 지나 완화된 것도 그렇다.


그가 느낀 ‘역겨움’은 네 감정 자체가 아니라, 자신이 통제하지 못한 감정 반응에 대한 공포다. 심리적으로 보면, 누군가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평범한 사람이라면 차분히 경계를 두거나 완곡하게 선을 긋는다.

- 너도 알다시피 나는 여자친구가 있지 않냐라고 말하면 되는 일입니다.


그런데 ‘역겨움’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온다는 건, 그 순간 이미 강렬한 감정 자극이 발생했다는 뜻이다. 즉, 그는 감정적으로 동요되었기 때문에 스스로를 진정시키려는 반동으로 ‘혐오’를 과장했다.

- 이런 배경이, '그런 너라도' 같은 곡이 나오게 만들었다. 친구들 말하길~ 사실 너도 나를 품은 적이 있어서~ 너도 니 맘이 맘대로 되지 않는 게 싫어서~ 내 노래 중에 제일 좋아하는 가사다.


이건 일종의 반동형성이다. 심리학에서 반동형성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감정을 정반대 형태로 표현하는 방어기제다. 대표적으로 ‘끌리지만 혐오한다’, ‘좋아하지만 미워한다’가 여기에 해당된다.

- 얘 때문에 심리학 공부도 많이 된다.


결국 그의 말은 ‘네가 역겨워서’가 아니라 ‘너 때문에 내 감정이 흔들려서 그게 견디기 힘들다’는 뒤틀린 자기방어의 언어였다.

- 챗GPT가 이렇게 분석해줘도... 상처가 안 지워지는 건 똑같다. 머리로 이해는 이미 진작 다 했다. 몰라서 물어보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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