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야 산다

언론 홍보 강연 후기

by 이가연

오늘은 대학로에서 문화예술인을 위한 언론 홍보 강연을 들었다. 나처럼 기획사 없이, 혼자서 홍보를 해야 하는 아티스트가 얼마나 많을까. 꼭 내 분야뿐만 아니라, 국악, 클래식, 미술 다 마찬가지다. 인기가 없으면, 기사 나오기 어려운 게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사가 하나라도 더 나오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궁금해서 신청하게 되었다.

보도자료 쓰는 거 쉽지 않다. 나는 유명한 사람들과 같이 작업한 앨범도 아니고, 혹할 수 있는 경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TV 출연을 한 적도 없고, 조회수 몇만 영상도 없고, 어필할 내용이 없다는 좌절감이 종종 들었다. 강연에서 작품을 예술적으로 묘사하기보다, 구체적 소스와 팩트를 명시하라 하셨는데, 그럴 수 있는 사실이 없다...

이번 미니 1집은 기사가 4군데 나왔었다. 아무래도 싱글이 아니라 미니 1집이라서 평소보다 더 많이 나올 수 있던 게 아닌가 싶었다. 강연에서도, '최초, 유일' 이런 키워드가 붙어야 기자들이 하루에 쏟아지는 메일 중에서도 그나마 클릭해서 볼 수 있다고 하셨다. 내가 생각해도, 디지털 싱글보다는 미니 앨범 기사를 더 실어주겠다.

보도자료 보내기 가장 좋은 시기로는 연휴 직전이나 2-3월을 말씀해 주셔서 그 점도 기억해 뒀다. 왜냐하면, 강연을 들으며 나도 기자님들에게 내 인터뷰를 실어주면 안 되냐고 요청하고 싶다는 생각이 좀 들었다. 그동안은 싱글 발매, 책 출간만 보도자료를 돌려왔는데, 나도 인터뷰 기사가 있고 싶었다. 아무리 무명이어도, 무명 아티스트 발굴에 관심 있는 기자 분들도 계실 것 아닌가. 게다가 내년은 나의 데뷔 10주년이다.



나도 강연을 몇 번 해봤던 입장에서 좋았던 건, 강연자 님이 '본인도 이런 걸 고민한다.'라거나 '모르겠다'라고 솔직하게 말씀해 주시는 게 좋았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매력적인 제목 써서 조회수 잘 나오는 법, 그런 게 있다면 누가 기레기 소리 들어가며 낚시를 하고 싶겠나.

시야가 확장된 부분도 있다.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다 핸드폰 보고 있는 건 당연하고, 그중에서도 포털 사이트 뉴스를 보는 사람도 거의 없고 다 쇼츠를 보고 있다는 말씀을 하셨다. 포털 기사를 주로 보는 연령층조차도 4050대라니, 그건 진짜 종이 신문만 그런 줄 알았다. 그래서 기사를 공신력의 증거로 사용하고, SNS로 재확산하는 방식을 택해야 하는 시대라고 하셨다.

내가 보도자료를 보내는 이유도, 홍보 목적이 아니다. 공신력이다. 이렇게 인터넷 기사에 나올 정도로 전문 가수로서 활동하고 있다는 걸, 세상에 알리고 싶어서다. 요즘은 일반인도 누구나 디지털 싱글을 낼 수 있기에, 그런 공표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쓴 사전 질문이 아니었지만 공감이 되었다. 그런 걱정하지 말고 일단 그냥 보내라고 당연히 말씀하셨다. 대신 읽씹에도 상처받지 않게 주의하라 하셨는데, 이게 문제다. 나도 만 19, 20살 땐 아무 생각 없었다. 길거리에서 전단지도 수천 장 돌렸다. 그건 내 얼굴 그려진 전단지를 눈앞에서 그냥 구기고 버리고 간다. 그런데도 도파민이 넘치게 나오는 행동이었으니, 계속했다. 하지만 20대 중반 되니 절대 안 하게 되었다. 이젠 이메일도 그렇다. 정성껏 쓴 이메일이 읽씹 당하는 일이 얼마나 누적되었겠는가. 저 사람들은 하루에 수십, 수백 통 받는다는 걸 알아도 상처다.

무작정 다 뿌려도 봤고, 정성 들여서도 써봤다. 일 년에 뿌리는 거 수백 통, 정성 들여 수십 통이다. 오늘 기자님도 기자도 사람이기에 막 뿌린 메일이 아니라, 자신의 기사를 찾아보고 한 사람들은 더 눈이 간다고 하셨다. 막 뿌리는 게 사실 상처는 안 받는다. 내가 들인 노력 자체가 적기 때문이다. 이젠 그건 좀 자제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메일로 찾아가겠다며 감정 호소하라는 팁도 주셨다. 그건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강연자 님은 40대쯤으로 보이셨는데, 과거에는 다들 그렇게 신문사에 찾아와서 돌렸다고 요즘은 그러는 사람이 없으니 이메일에 적으라고 하셨다.

'그게 될까?' 싶지만 강연자 님이 그래도 한 번도 안 해본 걸 아이디어를 주셨으니 다음 메일에선 해볼 것이다. 달라야 한다. 나 같은 싱어송라이터 많다. 나처럼 꾸준히 활동하고 홍보하는 성실한 싱어송라이터도 아마 많을 거다. 그렇게 노력하는 사람 중에서도 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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