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건축과 도시의 인문학 (2)
마산 얘기 나오니까 눈이 번쩍 띄었다. 마산에 청주공장이 있었는데, 교수님도 이를 지키기 위한 시민운동을 하셨다고 했다. 땅을 매입해서 일단 갖고 있자고 시민들이 주장했는데, 그걸 나중에 전시관으로 활용하든 하려면 수십 억은 들 거 아니냐며 그냥 부셨다고.
문화유산을 지키는 게 중요하지, 그걸 어떻게 활용할지는 후손들에게 넘겨줘도 늦지 않다고 하셔서 와닿았다. 그뿐만 아니다. 진해에 덕환 관음사라고 국내 유일 일본식 사찰 형태를 가진 곳이 있었는데, 여기도 사찰이 노후되었다며 전문가와 상의 없이 철거되었다고 한다.
볼 게 없던 게 아니라 많은 시민들이 지켜달라고 호소했는데도 그냥 다 철거를 했구나. 나를 잘라내 버렸던 누구처럼 가차 없이.
진해에는 우리나라 최초로 세워진 이순신 장군 동상도 있다. 사실 이순신 장군 동상은 여수에서도 봤다. 그런데 이건 시민들의 자발적 성금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도심 내 대규모 면적을 가진 군부대나 공장, 공공건물 등이 빠져나가면서 생기는 여유공간을 이전적지라고 하는데, 이것도 경상도와 서울 예시가 나왔다. 부산은 군부대가 이전을 하고 당시 군부대 흔적을 보존하면서 시민공원으로 바뀌었는데, 창원은 군부대 이전에 고층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어서 안타깝다고 하셨다. 아무래도 이런 시민운동을 많이 하신 분이라 경상도 예시가 많이 나오는 거 같다. 얘기 듣는데 되게 재밌었다.
서울은 집에서 30분 걸어가면 있는 영등포 공원도 예시로 나왔다. 여기는 OB맥주 공장 터라고 하는데, 맥주 제조에 쓰던 담금솥을 공원의 랜드마크로 보존하고 있다. 걸어서 15분이면 재밌으니까 보러 가겠는데...
마창진에 있던, 또는 있는 건물들 많이 나와서 좋았다. 진짜 더 잘 알고 싶었다. 추석에 계속 비 와서 날씨도 안 좋고, 시차 적응도 아직 안 되어서 피곤해서 안 갔었는데, 다 이유가 있었나 보다. (모르시는 분들께 말씀드리자면 저는 서울 사람이라 전혀 내려갈 이유가 없고, 저 싫어하는지 좋아하는지 살아있는지 한국에 있는지도 알 수 없지만 2년째 깨어있는 모든 순간 보고 싶은 사람이 창원 사람입니다.)
네이버 지도에 가볼 데도 더 표시했다. 진해에 문화공간 흑백이라고 있는데, 1950년대에 당시 흑백다방 주인이던 유택렬 화백의 그림을 전시하고 있다고 한다. 전에 저장해 둔 진해 카페랑 30초 거리에 있길래 진해 가게 되면 들릴 수 있다. 창원, 볼 거 없고. 마산, 이미 많이 봤고. 진해는 스치듯 지나갔어서 다시 갈만 하다.
이러다 창원 사람보다 더 잘 알게 될 거 같다. 이미 그럴 수도 있다. 나도 예전엔 마창진은 무슨, 학익진은 알아도 마창진은 못 들어봤다. '마산이 창원에 통합이 되었다' 이거는 학생 때 들어봤다. 그런데 마산 사람한테 창원이라 하면 발작 버튼 눌릴 수 있다는 거까진 몰랐다. 이건 내가 초등학교 때부터 작년까지 서초구 살아서 애정이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서초구랑 강남구가 통합해서 강남구가 된다고 하면 이해가 되려나. 이해가 된다. 누가 물어보면 서초라는 단어부터 먼저 나올 테니.
이 강의를 몇 년 전에 들었으면, '왜 이렇게 경상도 얘기밖에 안 해' 싶었을 텐데 지금 만나서 반갑다. 이러려고 들은 건 아니고 건축이라서 들은 건데, 일거양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