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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이 사랑

이왕 미칠 거면

by 이가연

'이왕 남자 때문에 미칠 거면 나에게 발전이 되어야지'의 결과물이다.

1. 세상에 둥둥 띄우는 편지나 다름없는 자작곡 앨범 다수 발매

: 첫 미니 앨범 발매로 앨범 기획 능력 향상

2. 노래에 담긴 깊이

: 단순히 고생이 더해져서가 아니라, 한 사람에게 제대로 전달하기 위한 노력이 담겨 표현력 향상
3. 매일 자신을 다 드러내는 솔직한 글쓰기

: 자기표현, 자존감 향상.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기 시작

4. 웹소설 완결

: 처음으로 웹소설 형식 글쓰기를 선보임
5. 특정 지방 도시에 대한 이해도 급상승

: 마창진 지도도 그릴 수 있음


6. 사주, 타로, 점성술에 걸친 영적 리딩 능력 향상

: 타로로 수익 창출 시작

7. 아이디어 뿜뿜, 다양한 시도

: 노래 개사 커버, 영어 연기 쇼츠, 뮤직비디오, 사투리를 피아노로 치기 등 걔 전용 재생목록 만듦

8. 작년 창원 브이로그를 시작으로 영상 편집 기술 향상

: 어떻게든 걔 유튜브 알고리즘에 뜨게 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타로 채널도 대박 남

9. 내 사람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하고 사람 중독을 끊음

: 대략 2017년부터 나를 괴롭게 하던 중독을 끊음. 중독이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단 걸 알지만, 그 밑바탕에는 걔 덕분에 쌓은 '나에 대한 이해'가 있어 자신이 생김.
10. 상대 전공에 대한 교양 지식

: 처음으로 공학 분야 강의 이수



득 본 거 많네라고 하면 진짜... 그냥 스스로가 한심스럽게 보이지 않기 위한 2년 간의 발악이다. 어쩌다 영국 가서 후욱후욱 숨 쉬고, 나머지 한국에서 시간은 이러지 않으면 도저히 살 수가 없었다. 지금도 매일 그러하다. 매일.


예전에 걔랑 지낼 때도 막 서러워서 울었던 적 중 하나가, 걔가 막 너는 발전하고 싶지 않냐고 몰아붙였던 거였다. 그래서 상담사도 그렇게까지 안 하고 나는 나의 속도가 있는데 너가 왜 그러냐고 막 울었다. 걔는 나를 자꾸 좀 바꿔놓고 싶어했고, 채찍질하는 게 한마디로 부모 같았다.. 그만큼 단순한 친구 관계가 아니라 아주 이상한 애착 관계였다. 지금도 보면 '내가 너 없는 동안 너만 찾으며 엉엉 울기만 한 게 아니라 이렇게 발전했다' 말하고 싶어서 쓰는 글 아닌가. 부모다 부모...


안 지 얼마 안 되어서 걔도 날 몰랐으니 그런 거다. 어쩌면 하늘이 그런 시간을 주는 걸지도 모른다. 걔도 나를 충분히 알라고. 가만 냅둬도 어디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인지. 솔직히 주변에서 보기에 안타까울 정도로 갈아서 나를 발전시키는 사람인데 당시에 아주 억울했다. 2년 전에 들은 말이 박혀있을 땐 이유가 있다. 오빠가 거듭 그만 발전하고 제발 이젠 보상 왔으면 좋겠다고 해줬다.


저렇게 리스트로 적으니 마음이 뿌듯하려다가도 갑갑하다. 걔 아니어도 다 알아서 잘했을 텐데, '꼭 이렇게까지 단기 속성 스파르타로 발전시켜야 했냐!' 하고 하늘에 묻고 싶다.


걔 아니어도 원래 브런치에 글쓰기를 좋아했는데, 과거 2-3일에 1편이었다면 올해는 매일 막 5편씩 올렸다. 원래 타로를 잘 봤는데, 타로 임상을 많이 쌓은 건 물론 영적인 능력이 엄청 발달한 느낌이다. 원래 유튜브 하는 걸 좋아했지만 제발 좀 보길 바라며 간절해지니 아주 더 열심히 올렸다. 원래 1년에 1-2곡 발매가 목표였지만, 올해 6곡을 냈다. 원래 사람 중독은 정말 끊고 싶어서 수십 번 시도하고 다시 도루묵이 되었지만, 내가 어떤 사람만 좋아하고 품을 수 있는지 확실히 알게 되니 끊어졌다. 원래 호기심, 학구열이 아주 높았지만 공학 쪽은 관심 없었다.


이왕 미칠 거면, 제대로 미치자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달까. 그렇게 나는 점점 단단해져서, 설령 걔가 결혼했어도 괜찮은 내가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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