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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는 게 답이었다

by 이가연

이번 달, 공연 3회와 타로 상담 4건으로 일본 2박 3일 여행을 혼자 갈 수 있는 돈을 벌었다. (구체적인 액수를 말하기는 부끄럽고, 대략 유추할 수 있게 적었다.)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 볼수록 다 ADHD 같다. 그런데 나는 왜 '이 놈의 ADHD 때문에 한국에서 돈 벌고 못 살겠네.'라고 했을까. 첫 번째 이유는, ADHD와 우울증이 만나면 안 된다. 그러면 파국이다. ADHD 하나 가지고는, 강점도 있고 약점도 있다. ADHD가 가진 강점들만 보면, 에너지 넘치고, 도전에 주저함 없고, 창의적이고, 유머 감각 있고, 문제 해결력 뛰어난 등 흔히 아는 성공하는 사람 특징 그대로다. 반면 우울증은 정말이지 약점만 된다. 그런데 우울증은 마치 합병증처럼, 종종 나에게 찾아온다. 그래서 현재 내가 가진 최고의 건강 유지 전략은, 우울증만은 안 오게 막는 거다.

두 번째 이유는, 어디 소속되어서 틀에 맞춰서 일하는 건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영국에 간다면, 법적으로 내가 일하며 어떠한 어러움이 있어서 요구할 때 고용주가 100% 맞춰줘야 한다고 한다. 한국은 얄짤 없다. 한국에선 말 같지도 않은 요구가, 영국에서는 법적으로 보호받는 당연한 요구다.

그런데, 일을 더 할 힘이 없어서 공연 3번과 타로 상담 4건만 한 게 아니다. 일만 들어온다면, 공연 5번에 타로 상담 100건도 할 수 있다. 그럼 하루에 1-2시간 일하고도 한 달에 300-400만 원이다. 아무리... '나는 20살이고 21살이고 밖에 4시간 이상 외출해 본 적도 잘 없네.' 했어도, 그 외출이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일이면 아주 좋아서 한다. 나머지 시간은 밖에 나갈 필요도 없이 집에서 타로 봐주면 되니, 너무도 가능하다.

이걸 내가 몰랐을까. 알았다. 그런데도 불안에 빠지던 이유는, 그 공연 1번, 타로 상담 1번도 안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머리로는 아는데, 그림이 잘 그려지지를 않았다. 어떻게든 버티는 게 답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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