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편안해야 잘 된다.
최근 타로 유튜브에 얼굴을 노출하고 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렇다고 앞으로 모든 영상에 얼굴을 보이진 않을 거다. 카메라 세팅 신경 안 쓰고 그냥 편하게 카드만 나오도록 찍고 싶을 때도 있다. 특히 저녁에 찍으면 방 조명이 노리끼리해서 얼굴이 마음에 안 든다. 오히려 이렇게 어쩔 땐 얼굴이 없고, 어쩔 땐 얼굴이 있으면 시청자 입장에서 더 도파민이 자극될지도 모른다. 나도 부담이 없어서 좋다.
예전엔 왜 영상에 번호 선택이 없냐는 불평 댓글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근래엔 거의 없다. 오히려 '번호 선택이 없으니 고민 안 해도 되고 편안해서 좋다'는 댓글도 몇 번 봤다. 보고 참 안도감이 들었다. 역지사지하면 쉽다. 나도 과거에 타로 유튜브 보면서, '번호가 다 거기서 거기인데 뭘 골라야 하나. 이걸 잘 고르는 게 의미가 있나' 싶었기 때문이다.
초창기 영상에는 번호 선택이 있다. 하지만 그렇게 영상을 만들면 과정이 내겐 너무 번거로웠다. 1,2,3,4번에 맞춰서 타임스탬프도 넣어야 하고, 번호 고르는 장면 찍고, 카드 리딩하는 장면 찍고, 그걸 합치는 편집도 필수로 해야 했다. 한국 타로 유튜브 중에 나처럼 번호 선택이 없는 리딩은 아직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하려고 했다면, 아마 지금까지 타로 유튜브를 못했을 거다. 하기 싫은 과정이 너무 매번 반복되기 때문이다.
내가 옷이 아주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안 사고, 안 입는 거랑 똑같다. 하지만 한 번 편하다고 느낀 옷은 주구장창 그거만 입는다. 매일 입어도 안 질린다. 마찬가지로 하기 싫은 일이 조금이라도 포함되면 미친 속도로 버리지만, 한 번 마음에 들면 열정과 성실성이 폭발한다.
'하기 싫은 것도 해야지.'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자란 세대이다. 그런데 세상엔 하고 싶은 일만 하고도 잘 사는 사람도 많다. 하기 싫은 걸 참고 한다고 해서 반드시 잘 되는 게 아니다. 오히려 더 안 될 수 있다. 내가 즐겁고 행복해야 결과도 잘 나온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싱어송라이터 중에 이렇게까지 '기성 가요' 안 부르는 사람은 잘 없다. 하지만 이제는 '디즈니'와 '올드팝'도 나의 아이덴티티가 되었다. 그게 내 자부심이다. 억지로 가요 부를 필요 없다. 디즈니, 올드팝, 자작곡, 이 세 키워드만으로도 공연이 충분히 빛나고 있다.
사람들이 좋아할 거 같은 노래를 억지로 부를 필요 없다. 어차피 관객은 불특정 다수이고, 어떤 곡을 골라도 다 만족시킬 수 없다. 무엇보다 내가 부르면서 행복해야 진짜 감동적인 노래가 나온다.
"나에겐 놀이인데, 남들에겐 일 같은 걸 해야 된다"는 말이 있다. 무턱대고 사람들에게 "좋아하는 일을 해라"라고 하면, "저는 누워서 유튜브 보는 게 제일 좋은데요."라고 하기 때문에 저 말이 참 공감이 되었다. 나에겐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거, 유튜브 올리는 거 모두 사람들이 생각하는 거만큼 힘이 별로 안 든다. 재밌고, 스트레스 풀린다.
돈 안 받고도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성공한다. 그래야 꾸준히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