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도쿄 사는 일본인 언니랑 만났다. 2주 뒤에 또 서울 온다고 한다. 이번엔 간단하게 만났고, 그땐 좀 더 놀기로 했다. 이런데 서울 사는 친구가 꼭 필요한가... 언니가 올해는 슈퍼주니어 20주년이라 더 자주 오는 느낌이다.
언니와는 고3이던 2015년 건대에 있는 슈퍼주니어 예성 카페에서 만났다. 우리도 친구 된지 10주년이다. 그 카페에서 일본어가 들릴 때마다 말 건 일본인이 꽤나 되지만, 언니만 여태껏 유지되고 있다. 아무리 언니만 있다한들, 어디선가 일본어가 들리면 말 걸게 된다. 일본인은 말 걸면 100% 받아준다. 한국인은 정말 상처 받는 특유의 벽 치는 경계 느낌이 많아서, 이제 참으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이제 그런 욕구가 안 올라오도록 모임이 아니라 '강연'만 들으러 다닌다. 일본인은 그런 사람 못 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하늘이 나를 한국인이지만 속은 외국인처럼 태어나게 해서 힘들게 해놓고, 대신 외국어를 빠르게 습득할 수 있는 대가리를 준 거 같다.
언니가 자기 친구들이랑도 한국 오고 그래서, 종종 같이 만나 놀았다. 그동안 수많은 한국인 또래 때문에 이를 바득바득 가는 동안, 이 언니는 10년 동안 꾸준히 지켜줬다. 언니가 40대 미혼이니, 조카 크는 거 보는 느낌이었을 거 같기도 하다.
낭랑 18세에 만나 28세가 될 때까지 함께했다. 그러니 지금 나를 보고도 "아유 28살이면 아직 어려." 한다. (영국 7.5개월 제외하곤 서울을 벗어나지 않았거늘 원래부터 외국인 친구가 많아서 만 나이만 써왔다.)
한 번도 친구, 애인이랑 여행 가본 적 없다고 찡찡거렸다. 그런데 내 생각이 짧았다. 언니랑 마카오에서 만나면 되잖아...? 그 생각에 바로 알아보다가, 언니는 슈퍼주니어 콘서트 때문에 가고싶어한 건데 티켓이 매진되어 못 가게 되었다. 그런데 그런 발상도 이제 든 게 신기했다.
꼭 비행기를 같이 탈 필요 없다. 더 이상 혼자 여행하기 싫다고하는 이유는, 나는 내가 느끼는 즐거움과 설렘을 그때그때 공유해야 비로소 그 감정을 제대로 느끼기 때문이다. 혼자 못해서가 아니라, 혼자 다니니 너무 재미없어졌다. 누군가에겐 배부른 소리겠다만, 더 이상 어딜 가도 도파민이 잘 안 나온다. 유럽도 다 거기서 거기다. 영국에 가고싶어하던 것도 다 고향과 같은 편안함 때문이다. 눈 마주치면 따뜻하게 웃어주는 걸로 인류애 충전하러 간다.
결국 내가 원하는 건 따뜻함이다. 최근엔 자기 전에도 '내일 아침엔 무슨 댓글이 있을까' 싶다. 새벽에 주로 댓글이 많이 달리기 때문이다. 유튜브 덕에 한국에서도 인류애를 충전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하나 더 있다. 나를 매우 귀여워해준다. 그래서 좋다. 남들은 연애하면서 그게 충족되겠지만, 난 연애에서 좋았던 장면 하나 기억나는 게 없다. 그렇지만 친구는 있다. 이미 멀어진 친구더라도, 내 안에 다 남아있다. 언니처럼 나를 찾아주고, 좋아해주는 사람이 더 생겼으면 좋겠다.
P.S. 배경사진은 2018년에 언니가 찍어준 사진이다. 언니는 몰래 찍기 때문에 표정이 늘 자연스럽게 나와서 좋다. 그리고 난 진짜 21살 때나 28살 때나 똑같은 거 같다. 방금 찍었다해도 믿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