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출사를 다녀왔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정신이 없어서 뭘 하고 왔는지도 잘 모르겠다.
시각적으로는 사람이 많고, 청각적으로도 옆에 집회 소리가 들리니, 아주 과자극 상태였다. 무엇보다 사진 찍고 있더라도 사람들이 그냥 팍팍 지나가면 되는데, 자꾸 멈춰 서니 스트레스받았다. 내가 그 자리에서 얼마나 찍을 줄 알고 자꾸 나 때문에 멈추니, 계속 지나가시라는 제스처 취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나중엔 요령이 생겨서 아예 딴 데 쳐다보고 딴청을 피웠는데 그게 나에겐 가장 과자극이었다.
카메라 들고 사진 찍는 사람들을 보거든, 절대 신경 쓰지 말고 지나가시라. 어차피 찍는 사람들은 사람이 지나다녀도 자기가 전세 낸 것도 아니고 다 괜찮다. 멈추면 배려가 아니라 매우 마음이 불편해진다... 보통 이 정도로 사람 많은 데로는 출사를 안 나가기 때문에 그게 가장 힘들었다.
그럼에도 기분 좋은 일이 있었으니, 어떤 유치원생 여자 아이가 사진 찍는데 계속 나를 쳐다봤다. 그렇게 주변에 아이가 있으면 내 표정이 저절로 밝아져서 사진 찍기에 좋다. 그런데 옆에 부모님들이 아이에게 "여기 서봐"하고 아이 사진을 찍으려 하는데도 계속 나를 쳐다봤다.
이내 "예쁜 언니랑 같이 찍고 싶어? 가서 물어봐." 하시는 소리가 들리길래 웃으면서 바로 찍던 거 중단했다. 부모님들이 실례지만 같이 찍어줄 수 있냐고 물으시니 얼마나 설렜나 모른다.
스냅 촬영은 벌써 2017년부터 수도 없이 많이 했다. 물론 한복 촬영은 처음이지만, 이런 이벤트가 더 도파민 돋고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그냥 "언니랑 찍고 싶어?"가 아니라 "예쁜 언니랑"이라고 하신 점 박수를 드린다. 그게 나를 바로 움직였다.
공연 끝나고 사진 요청은 종종 받아봤어도, 그렇게 일반인으로 있는데 사진 찍어 달라는 말은 처음이었다. 애기 손도 잡고 하트도 했다. 힐링이었다..
유럽이 그리운 사람들에게 덕수궁을 추천한다. 석조전을 보면 유럽 느낌이 난다. 거의 10년 만에 와서 이렇게 아름다운 줄 몰랐다. 작년과 재작년에 한복 입고 경복궁도 갔었는데, 덕수궁은 고등학교 때 이후로 처음이었다.
또 경복궁 갈 때는 늘 한복 대여를 했다면, 이번엔 내 옷을 입었다. 생활 한복이지만 저거 입고는 생활이 어렵다. 저 옷 입고 지하철 타는 것도, 혼자 뷔페 가는 난이도가 아닐까 싶다. 2년 전에 샀는데 처음 입고 나왔다. 심지어 영국 가져가놓고 한 번도 안 입고 그대로 가지고 와서 너무 아쉬워했다. 이제 속이 후련하다. 입을 만한 날씨가 쉽지 않다. 한국은 너무 덥거나 너무 춥다. 이 옷은 공연 아니면 출사용이다. 그런데 2주 전 공연만 해도 이 옷을 입었으면 더웠다. 2주 후면 추워질 거다. 그래서 내일 공연에서도 입을 예정이다.
P.S. 방금 다녀와서, 배경 사진은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