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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이 사랑

사자와 물고기 이야기

The Story of Leo and Pisces

by 이가연

자작곡 제목이 마음에 든다.


어제 밤에 아주 오랜만에 곡을 쓰게 되었다. 마지막이 5월에 쓴 '마산 밤바다'였다. 6개월만이다. 이제 곡을 그만 써도 되겠다 싶어서 일부러 멀리했다. 좀 쉬고 싶었다. 한 사람 때문에 1년 반 동안 16곡 썼다. 이제 17곡이다.


중학교 때 썼던 자작곡을 훑어보다가, '역시 이 코드 진행 참 좋아해.'라는 생각이 들었다. 피아노로 코드를 누르다가, 후렴구가 떠올랐다. 이래서 피아노 앞에 자주 앉으면, 그만큼 곡이 나올 확률이 올라간다.


밤에 중얼거렸을 때는 대충 '내 안에 그대 있죠'라고 가제를 붙여놨다. 그러다 오늘 일어나자마자 드디어 자유롭게 피아노를 치며 목소리를 내어 불러봤다. 이어 제목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물고기자리? 기존에 있는 제목이고 너무 평범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생각 나는 걸 마구 던져보는 게 좋다.


후렴 가사가 '밤하늘에'로 시작하기 때문에, '물고기자리'가 떠오른 듯 싶었다. 요즘 점성학 공부를 열심히 하기도 했다. 내가 사자자리이기 때문에, '사자와 물고기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정했다. 사실 기존 '물고기자리' 노래들을 찾아봤을 때도 '대체 왜 이게 노래 제목이지? 그냥 제목이 예뻐서 그런가' 싶었다. 그러니 굳이 듣는 사람들에게 이해시킬 필요는 없다.


'밤하늘에'로 가사가 흘러가기 때문에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다. 유튜브에 영상을 올릴 때, 노래 제목에는 가능하면 영어 제목도 같이 달려고 노력한다. 해외 구독자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노래는 'The Story of Leo and Pisces'라고 했다. 그러면 아는 사람들은 이게 '사자자리와 물고기자리 이야기'라는 걸 알 수 있다. 한국어로 하면 길고 지저분해보이기 때문에 영어로 대신한다.


나는 가사를 생각해서 적는 게 아니라, 입에서 멜로디와 함께 나오는대로 받아적기 때문에 가사가 직설적이고 일기 같은 특징이 있다. 가끔 에러도 난다. 이 가사만 해도, '너'라고 반말했다가 후렴 가서는 '그대'라고 존댓말을 하는데 그렇게 쓰면 안 된다. 발매하게 된다면 가사를 고쳐야 한다. 다만 이 곡은 발매 가능성은 낮아서 그대로 올렸다.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그게 뭐가 중요할까. 전하고 싶은 마음이 중요...(한숨) 하다.


가사만 봐도, 사자자리가 물고기자리에게 하는 얘기 같다. '너를 안고 싶다', '상관 없어요 내 사람이니까요' 하는 게 저돌적인 사자 그 자체다. '안고 싶다 너무 센가. 보고 싶다로 바꿔야하나' 생각도 문득 들었으나, 이미 올렸다. '죽여버리고 싶다, 패주고 싶다'도 아니고 뭔 상관인가. 말은 이렇게 해도 매번 걱정이 된다.


예전에 남자가 이 정도까지 무시하는 것도 남자로서 자존심 상할 일이라고 들었다. 내 자존심은 괜찮다. 아니, 괜찮지 않다. 한두 곡도 아닌데 아직도 매번 올릴 때마다 찌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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