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어디선가 "내가 희생한다고 느껴지는 게 아니라, 당연히 기꺼이라고 느껴질 때. 너가 결혼이 하고 싶어질 거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나도 연애를 하기 위해서 시간을 빼놓는다, 낸다라는 말이 이해가 안 갔다. 나에게 사랑은 그냥 당연하고 본능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연애는 쉽지만 사랑은 어렵다는 말을 봤는데, 난 반대다. 사랑이 당연하고 쉽고, 나랑 똑같은 사람 찾으려면 시작이 매우 어려울 거 같다. 그래서 받아들였다.
꼭 사람이 아니어도, 사랑을 알아볼 수 있다. 타로와 음악을 대하는 자세에서 확연히 차이가 난다.
노래하면서는 귀찮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쇼츠 영상을 만들면, 인스타, 틱톡, 유튜브에 전부 올린다. 사람들이 많이 봐주길 원한다. 그런데 타로는... 귀찮다. 얼마 전에 틱톡 채널도 개설했는데, 그렇게까지 해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게 뭔가 생각이 든다.
타로는 지금 내게 유일하게 고정 수입을 가져다줄 수 있는 수단이다. 원래 겨울은 페이 공연이 없다. 노래로 돈 벌려면, 내년 4월은 되어야 한다. 노래는 돈을 안 받아도 상관 없다. 내가 노래하고 즐거울 수 있는 곳이라면 매주 무료 공연도 가고 싶다. 행복하다면. 직원이 친절하고, 무대 환경이 좋고 그건 중요하다. 그러나 타로는 광고 수익이 더 팍팍 들어왔으면 좋겠다.
이제야 사람들이 왜 나만큼 안 하는지 알았다. 내가 음악을 대하는 태도, 그 사랑은 상당히 귀한 거였고, 내가 타로를 대하는 태도가 평균적인 거였구나. 사람들이 생각만 하고 안 하고, 이래저래 핑계만 많은 것에 답답했다. '마음이 딱 거기까지니까'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맞았다.
저 사람과 연애할 수 없는 이유가 한 가지 생각 나면 백가지도 댈 수 있다. 사랑하면 그렇지 않다. 내가 행복하면 끝이다. 내가 돈을 안 받아도 노래하며 즐거운 장소면 너무 감사한 것처럼.
내가 타로를 좋아할 뿐 사랑할 순 없는 것처럼, 사람들에게 '왜 그냥 일단 해보지 않냐. 지레 겁만 먹냐.'라고 할 수 없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내가 장점도 많고 좋은 건 알겠는데, 내 기준 사랑은 아닌 거 같은 사람에게 "날 사랑해!"할 순 없다. 나도 평생 한 명이었는 걸.
그래도 나는 이 '사랑'이라는 마음이 참 좋다. 따뜻하다. 이제 그 '귀함'도 알게 되었다. 아무나 갖고 있지 않다. 사람도, 음악도, 둘 다 짝사랑하지만 사랑한다. 2023년 여름에 했던 강점 검사에서 1위가 사랑이었다. 호기심, 학구열, 유머 감각, 친절을 다 넘어선 내 강점이 사랑이었다. 좋아하는 것들도 많지만, 사랑할 수 있는 내가 좋다.
타로와 다르게, 사람은 겪어보고 '아. 내가 역시 좋아하는 거지 사랑이 아니구나.'라고 알고 싶지 않다. 안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