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떨어지는 낙엽을 잡았다.
도저히 안 되겠어서 전략을 세웠다. 은행잎처럼 작은 잎들은 안 된다. 아무리 우수수 떨어져도 하나도 못 잡는다. 운동 신경 0점이다. 그래서 아주 잎이 넓은 나무 밑에 서서 한참을 기다린 적도 있다. 그렇다고 한들, 지금껏 며칠을 시도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러다 오늘 집에 걸어오는 길에, 우연히 나무에 나뭇잎이 떨어지려다 말고 나뭇가지에 걸린 모양을 봤다. '오 저거 바람 한 번만 더 불면 떨어지겠다' 싶어서 그 밑에서 기다렸다. 역시나 예상 적중했고, 드디어 잡았다. 그러나 도저히 집에 가져와 보관할만한 크기가 아니었다.
낙엽아 낙엽아 걔를 내게 보내다오
하고 던졌다.
그리고 걸어오면서 시계를 봤는데 3시 3분이었다. 아까비. 1분만 더 빨랐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생각하다가 문득 '야 낙엽 잡았을 땐 3시 2분이었겠네.' 싶었다. 요즘 동생이 나 신당 차려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한다. 반 무당이라 진짜 그 시각에 잡은 게 맞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저렇게 잡아본 게 2022년인데 그땐 며칠 뒤에 연애했단 말이에요. 크리스마스 날에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 주실 거라고 믿는 애처럼 나도 계속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