걔가 너무 이상해서 충격 받아서 기억에 남았다고 말했던 그 옷이다.
나는 그 말에 충격 받아서 그때 입었던 옷을 계속 기억해두고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 옷 때문에 충격 받았다고 여러번을 말했었는데, 나는 나름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고 차려입고 나간 것이기 때문이다. 저 댓글을 보고 바로 또 눌렸다.
이런식으로 에피소드가 팍 하고 치는 경우는 종종 있다.
결혼식 가느라 엄마랑 옷 때문에 실랑이를 벌여서 더욱 그러하다. 엄마가 결혼식장에 청바지 입는 사람이 어딨냐며 치마를 주기에 강제로 입었다. 그런데 걔는 하도 옷 가지고 나에게 잔소리를 해서, 만날 때 신경 써서 치마 입었던 날이 있었다. 그런데 또 지는 나풀거리는 치마 싫어한다고 했다. (저 대신 욕 좀 해주십시오 여러분) 내 옷장에 있는 옷은 다 별로라고 했다. 내 옷 90% 이상이 엄마가 사준 거니 탈룰라였던 셈이다. 내 돈 주고 산 옷은 유니버셜 스튜디오, 해리포터, 학교 티 같은 기념품 또는 공연용 원피스 뿐이다.
나도 가끔은 '그냥 빨리 잊어버려야할 나쁜 쉐키 아니냐' 싶다. 잘 어울린다고 칭찬해주지는 못할 망정, 2년을 가슴에 못 박아두면 어떡하나.
예전에 최면 상담사도 "사랑이 있으니 시험도 있는 거 아닐까요"라고 하셨다. 벌써 몇 번째 언급한 상처다.
하지만 "니 진짜 상처 받았나"했던 에피소드도 또 떠올랐다. 난 그때 내가 뭘로 상처 받았었는지 이제 기억도 안 난다. 그냥 내가 진짜 상처 받았다고 하니 진심으로 놀라고 진지했던 그 반응만 기억 난다. 내 믿음에는 다.. 근거가 있다. 나의 글, 노래, 영상들이 씨알도 안 먹힐 사람이었으면 그럴 에너지도 안 나왔을 것이다. 하나하나 가슴에 콱콱 박힐 놈이란 걸 알았다.
이렇게 아직도 종종 (똑같은 얘기 자꾸 안 하려고 나름 자제하는데) 팍하고 트라우마처럼 눌릴 때가 있단 걸 알면 감당하기 힘들어할 것 같다. 2년 동안 각종 상처 에피소드 무한 반복이면 내가 생각해도 영혼까지 작살난 상처다.
대단한 말 할 필요 없는데. 내가 너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끌어안기로 선택한건데. 언제든지 욕하고 버릴 수 있었는데 내 선택이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