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 #2 이거 이거 비행기 타나요

by 이가연

9시 공항 도착이라며!!!

공항버스를 기다리면서 깨달았다. 나는 9시에 집에서 출발하는 게 아니라, 도착해야 한단 것을. 심지어 오기로 한 공항버스도 원래 시간표보다 한참 늦었다. 공항 가서 느긋하게 아침 먹으려던 계획이 날아갔다. 기내식은 없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지?' 싶었는데... 원래는 일정표에 집 출발 - 공항 도착 - 비행기 출발이라고 써놓는다. 그리고 공항 도착은 굵은 글씨로 칠해둔다. 항상 그랬잖아... 이번엔 공항 도착 - 비행기 출발만 써놨다. 9시 공항 도착이란 것을 9시만 기억한 모양이다. 다행히 우리 집은 여의도다. 공항버스로 50분이다. 하지만 비행기 출발 1시간 전에 도착하게 생겼으니 어지간히 마음이 급했다.

항상 여행자 보험도 가입했는데 이번엔 안 들었다. 매번 보상받은 적은 없고, 돈만 썼다. 영국 갈 때는 한국 대사관 번호도 외우고 다니더니 이거 너무 해이해진 거 아닌가. 원래는 항상 공기계도 들고 다녔다. 내가 가진 전자기기가 핸드폰 하나면 안 된다. 잃어버리면 어떻게 돌아다니려고. 체크카드도 하나면 안 된다. 핸드폰 잃어버리면 카드도 같이 없어진다. 카드 하나면 안 된단 건 걔가 잔소리했었던 거 같은데. 원래 트래블로그 없었어서 신청해서 엄마가 보내줬었다. 거 덕분에 몇 달 돈 아낀 건 사실.

하도 혼자라 이딴 거라며 속으로 궁시렁거렸다. 아니다. 같이 가는 사람이 있었으면 옆에서 "니가 9시에 나가면 된다메"하고 나는 "니가 비행기 시간을 더블체크했어야지. 탑승권 안 보냐!"하고 그럼 또 옆에서 "니는 탑승권 안 보냐!"해서 티격태격한다. 지금은 혼자니 그냥 나 혼자 '빠가야로...'하면 될 일이다..... 아니다. 안 놓친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해주겠지.

공항 버스 안이다. 탑승권을 확인해보니 비행기 시간이 20분 지연되었다. 항상 아시아나만 타고 다녀서 그런가 비행기 지연을 아주 오랜만에 봤다. 역시 수성 역행기다. 이 시기에는 과거 사람이 돌아올 가능성만 높아지는 게 아니라.. 중요한 건 지연, 지체, 의사소통 오류다. 듣고 싶은 것만 뇌에 넣나보다... 수성 역행기 체감을 이번에 꽤나 하고 있었는데, 내가 공항 가야할 시간을 착각하다니.

한 번 11시 20분으로 시간이 바뀌었으면 "응 아니야 정시 출발"하고 다시 바뀌진 않겠지. 그러고보니 나는 무슨 내일 비행기 시간 몇 시냐. 몇 시에 집에서 나가냐 물어봐주는 사람도 없냐. 누구 한 명이라도 물어봐줬으면 비행기가 11시 출발인데 왜 9시에 나가냐 했을 거 아닙니까. 빠가야로는 맞는데 속상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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