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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가연 May 19. 2024

청강의 이유

처음 청강했던 이유는 단순했다. 수업이 너무 없었기 때문이다. 1년 동안 다섯 과목 밖에 없다는 걸 알았어도, 학교 가야하는 시간이 이렇게 없을 줄은 몰랐다. 평일 중 하루쯤 공강인 건 좋아도, 일주일에 겨우 3일 학교에 가니 등록금이 아깝게 느껴졌다. 그래서 월, 화, 수는 정규 수업, 그리고 목요일은 청강을 했다. 


시작은 '등록금이 아까워서'였지만 그로 인해 얻는 이득이 컸다. 두 학기 동안 열심히 얼굴을 내비친 덕분에, 다른 전공을 주로 담당하는 교수님들과도 친분을 쌓았. 새 앨범을 발매했을 때도 메일을 보내드리고, 한국 다녀와서 기념품도 드렸다. 


청강을 제외하면 실제로 공부하는 과목은 1학기 때 한 과목, 2학기 때 두 과목뿐이었다. 나머지 두 과목은 각각 30분, 50분 리사이틀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사실상 예습과 복습할 내용이 적었다. 1학기 때는 뮤직 매니지먼트 과목을, 2학기 때는 글로벌 음악 산업 과목을 청강했는데 덕분에 공부할 자료가 늘었다. 


또한 다른 전공 분위기는 어떤지 비교하면서도 신기했다. 같은 음악학부임에도 불구하고, 음악 매니지먼트 전공 학생들과 음악 교육 및 퍼포먼스 전공 학생들 분위기는 너무도 달랐다. 매니지먼트 전공 수업은 아티스트가 공연을 할 때 공연장 대여, 스탭 페이, 마케팅 및 홍보 비용 등을 엑셀 파일에 정리하며 예산 짜는 공부를 하는 반면 음악 교육 수업은 사람들 앞에서 따뜻하게 합창을 이끄는 공부를 했다. 마치 분위기가 경영학과와 유아교육과만큼 다르게 느껴졌다. 성비는 두 강의실 모두 신기하게도 여자 90%, 남자 10% 정도였다. 


그뿐만 아니라, 정규 수업이 아님에도 굳이 학교에 와서 수업을 듣는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뿌듯함을 주었다. 내가 스스로 만들어나간 석사 과정에 만족한다. 




'퍼포먼스 티칭' 과목 마지막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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