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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가연 May 12. 2024

유학 생활로 깨달은 것들 ABC (2탄)


13. Maintain a healthy lifestyle (건강한 습관 가지기) 

음악인 중 상위 10% 생활 습관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한다. 규칙적인 식사, 수면 시간을 지키고 영국 와선 영양제와 과채 주스도 잘 챙겨 먹는다. 



14. Negotiate (협상하라) 

기숙사와 거의 열 번의 메일 끝에 밤 11시 이후에는 어떤 소음도 신고하면 도와주겠다는 메일을 받았다. 수업에 나 혼자 중국인이 아니지만 적어도 토론할 때는 내가 포함되어 있으니 영어를 쓰도록 만들었다. 생각해 보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그걸 얻기까지 인내가 필요했다. 비록 밤 11시 전에는 시끄러운 것을 막을 수 없고, 내 앞에서 애들이 다 영어만 쓰도록 할 수는 없었지만, 상황에 맞춰 의견을 주장하고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다. 



15. Observe (관찰하라) 

이번 학기 들었던 두 과목 담당 교수이자, 우리 프로그램 리드이신 Chiying이 학생들에게 에너지를 주고 든든한 지지대가 되어주시는 모습을 보며 나도 저런 어른이 되어야겠다 생각했다. 런던에서 사우스햄튼으로 출근해서 10시부터 6시까지 수업한다는 것만으로도 매우 피곤한 일인데 늘 열정적으로 수업은 물론 수업 외적으로도 도움이 필요할 때면 언제든 도와주시려고 애쓰셨다. 아침 6시든 밤 11시든 메일 답장을 주셔서 놀라고 챙겨야 할 학생이 몇십 명인데 신경 써서 물어봐주시니 감사했다. 


교수님 뿐만 아니라 동기를 보면서도 배웠다. 늘 옆자리에 앉던 Betty는 수업 태도가 좋았던 건 물론, 친구들 사이에서 재미있고 쿨하고 매력 넘쳤다. 내가 포함되어 있을 땐 제발 영어 써달라고 중국어 다 알아듣지 못해 힘들다고 호소하니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모습을 보며 나도 누군가에게 저런 친구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16. Pause (멈춰라) 

한국에 다녀온 한 달 반 시간 동안 충분히 휴식하고 충전하였다. 영국에서 치열했던 6개월은 마치 몇 년을 달린 것과 같아서, 멈춤이 필요했다. 요즘 평일 내내 일정 소화하느라 무리했는지 며칠째 아침에 눈 뜰 때마다 뚜드려 맞은 것 같은 느낌이다. 다행히 눈 뜨고 좀 움직이면 바로 괜찮지만, 눈을 뜨는 순간에 상쾌하지가 않아 고민이었다. 


매일매일 나가서 많은 걸 해야 한다는 생각을 멈춰야 한다. 이제 다음 주면 학기가 끝난다. 방학 끝나고 영국 돌아온 지 한 달 만에 학기가 끝나는 것이 너무 아쉬워서 하루하루 빡세게 살았다. 그러니 몸이 반응한 거다. 



17. Quit (그만둬라) 

멈출 줄 알았다면 그만 둘 줄도 알아야 한다. 꼭 해야 될 일과 꼭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구분하고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은 과감하게 그만둔다. 주어진 시간과 체력은 한정적이기에 앞으로도 열정을 가지고 계속할 일에 매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18. Raise the issue (문제를 제기하라) 

얼마 전 학생 대표 회의에서였다. 연습실 예약은 해당 날짜 일주일 전 자정에 오픈된다. 요즘 같은 학부생 시험 기간에는 마치 티켓팅과 같아서 아침 8시, 밤 9시와 같은 시간대를 제외하고는 바로 마감이다. 그래서 다른 대표가 회의에서 말하길, 연습실을 예약하기 위해 자정까지 기다리는 건 학생들의 멘탈 웰빙에도 영향을 준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 말을 듣고, 이렇게 내게는 사소하다고 생각되는 것까지 이슈라고 던질 가치가 있구나 깨달았다. 



19. Sanitize (소독하라) 

손 씻기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세균을 예방할 수 있는지 코로나 때 깨달았다. 게다가 평소 기침하는 사람 근처도 가지 않는 편이다. 그러니 영국 와서 잔병치레가 적었다. 한창 강의실에 기침 소리가 곳곳에서 들리던 가을, 겨울에도 건강했다. 크게 몸 아픈 적 없어 참 감사하다. 



20. Thank people (사람들에게 감사하라) 

한국에서 영국으로 돌아오며 남대문에서 여러 기념품을 챙겼다. 프로그램 리드인 Chiying, 청강 듣는 과목 교수님, 1대 1 레슨 튜터, 베프 등에게 주며 기쁨을 느꼈다. 그뿐만 아니라 크리스마스, 부활절 휴가 때에도 메일을 돌렸다. 그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유학 생활에 행복이 더해졌다. 



21. Understand the difference (다름을 이해하라) 

서울과 사우스햄튼의 다른 점은 셀 수 없이 많다. 당장 밖에 나가면 화장실 찾기도 힘들다. 한식당 두 군데는 작년 10월에 가고 맛없음에 충격받아서 다신 안 간다. 가장 가까운 한인마트는 한 시간 거리다. 하지만 사람은 적응하는 동물이라고 다름을 받아들이면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라 살만 했다. 



22. Visit new places (새로운 장소에 가라) 

본머스 가는 것에 익숙해지자 바다 보고 싶을 때면 본머스만 가게 되었다. 새로운 장소를 가려면 가는 교통편도 알아봐야 하고, 가서 뭐를 할지 동선도 짜야하고, 가기 전까지 준비하는데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미 익숙해진 도시들은 가는 데는 편해도 처음 갔을 때보다 설렘이 점점 내려갈 수밖에 없다. 


최근 마음먹고 찾은 뉴포레스트는 작년부터 '언제 한 번 가야지'하고 지도에 표시만 해둔 곳이었다. 자유롭게 놀고 있는 수많은 말과 당나귀들을 보며 너무나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토요일에 친구랑 간 이후로 그다음 주 화요일에 또 방문했을 정도였다. 새로운 장소에는 새로운 기쁨이 있다. 



23. Walk (걸어라) 

날씨 좋은 날 걸으면 큰 행복감을 준다. 오늘도 이 글 쓰고 나가서 걸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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