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 직전까지 내년 여름 영국에서 음악 캠프 뭘 들을지 알아봤다.
더 이상 그냥 방문으로는 도파민이 안 나온다. 다 아는 맛이다. 역대 여행 중에 가장 도파민이 미친 듯이 나오고, 행복했던 건 미국 LA였다. '태어나 처음 혼자 해외'라는 게 작용했다. 그전까진 다 가족, 패키지 여행이었다. 그러나 단순 여행이 아니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음악 캠프였다. 그게 좋았다. 마지막 날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처음으로 외국인들만 있는 곳에서 노래해 본 경험이 태어나 가장 짜릿한 맛을 맛보게 해 줬다. LA에 2주 있었는데, 그 후 일주일은 사실상 기억도 안 나고 그때도 거의 요양했다. 역시 아무리 봐도 2주는 무리인 거 같다.
그래서 다음에 영국 갈 때도, 그때처럼 가는 게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영국뿐만 아니라, 미국 버클리도 알아봤다. 그런데 버클리는 좀 비싸다... 스페인 발렌시아는 너무 과정이 길어서 비싸고, 보스턴은 도시 자체가 딱히 별로 안 가보고 싶다.
버클리 단기 코스라도 수료증 자체가 한국에서 주는 메리트는 인정하나, 글쎄다. 학위도 아니고 단기 코스가 뭔 메리트가 있다고. 네임벨류만 보고 가는 건 아닌 거 같다.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UC버클리가 아니라 버클리 음대입니다.)
첫째 학교는 런던, 리버풀, 리즈에 각각 캠퍼스가 있다. 리버풀이나 리즈를 선택하면, 그토록 바라던 영국 윗동네 탐방이 반강제로 된다. 그동안 늘 귀찮아서... 안 갔다. 이건 송라이팅 코스를 선택할 거다. 나는 곡 쓰는 법을 배워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녹음기 대고 주절주절 거리는 게 내 방식이다. 그러니 늘 짝사랑이었다. 연애로 써본 적이 없다. 상대방에게 직접 말을 못 하는 상황에서만 곡이 나온다. 그래서 진지하게 걱정되었다. 나도 연애하고 결혼할 텐데. 그럼 송라이터 인생은? 물론 그렇게 되면 '니 책임지고 날 곡 쓰게 만들어라.' 할 거다. 근데 짝사랑 전문 가수 졸업하고 행복하고 에너지를 주는 가수가 되어도 좋을 거 같다. 그냥 같이 곡을 쓰면 되지 않나. 나도 영감을 받고, 저작권 공동 명의 재밌을 거 같은데.
둘째 학교는 런던에 있다. 작곡 수료증도 있으면 좋겠다고 말은 그렇게 해도, 사실 늘 가장 하고 싶은 건 보컬이다. 알아서 쓰겠지. 작곡을 뭔가 배워서 하고 싶지 않다. 이건 그냥 퍼포먼스가 아니라 '보컬 테크닉' 과정이니 다르지 않을까 싶다. 제한 사항도 비기너는 안 받고, 중급 이상 오라고 되어 있다.
사실상 이 학교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작년의 내가 이걸 고려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국 돌아오지 않았더라면 작년 여름에 했을 수 있다. 그런 아쉬움이 있다. 어차피 유학 중에도 하려면 숙박비와 학비, 돈이 똑같이 들었다. 그래서 그때 못했어도 괜찮다.
이 학교는 그런데 듣고 싶은 게 한 가지가 아니다. 액팅도 듣고 싶고, 뮤직 테라피도 듣고 싶다. 하지만 보컬 테크닉과 뮤직 테라피는 7월 날짜가 겹쳐서 안 되고, 액팅은 8월이라 하나만 선택 가능하다. 저런.
보컬 테크닉은 이미 충분히 갖추고 있던 거 아니었나! 이 액팅 스쿨은 단순한 액팅 스쿨이 아니다. 한국엔 없는 것이다. 표준 영국 남부 악센트 집중 연기 수업이다. 전문 악센트 코치와 진행한다고 한다.
다만 7월보다 8월 비행기표가 더 비싸다. 정말 제일 비싼 시기다. 계속 비행기표 확인하면 싼 걸 얻을 수 있으려나. 수업료도 더 비싸다. 하지만 영어 연기 수업은 처음이고, 영국 발음을 제대로 쓰고 싶어서 안간힘을 써왔다. 그 정도 가격이야 투자 가치가 매우 있게 느껴진다. 보컬 테크닉 수업은 사실상 아는 얘기를 들을 수 있는데, 연기 수업은 그렇지 않다. 얼마나 떨릴까. 사람들 앞에서 영어로 발표하는 건, 무대 서는 건 솔직히 하나도 안 떨린다. 영어 연기는 안 해봤다! 유튜브 영상만 찍어봤다. 생각만 해도 도파민이 솟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