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맛있게 듣는 법

by 이가연

데이식스의 'Welcome to the Show'를 들어보자. 노래를 들을 때, 송폼을 생각하며 들으면 좋다. 송폼은 노래의 구조를 뜻하는데, 벌스 - 프리코러스 - 코러스 식으로 이루어진다.


벌스부터 들어보면, 드럼 박자가 둥 둥 둥 둥 둥 둥 둥둥둥 하면서 쪼개지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이 노래는 드럼 듣는 재미가 있다. 벌스도 A가 있고 A'가 있다. A'는 앞부분이 한 번 더 비슷하게 반복됨을 뜻한다. 이 노래에선 A' 파트가 나오면서 뒤에 드럼이 챠가쟈가 챠가쟈가 쪼개지는 소리가 추가된 게 들린다.


'그래도 내 손 놓지 않겠다면'하면서 드럼이 더 세진 느낌이지 않은가. 점점 후렴을 향해 가겠다는 뜻이다. 그게 프리 코러스다. 'If so, then let's go'하면서 두구두구 두구두구 드럼이 난리 나며 후렴이 시작된다. 코러스가 후렴으로, 흔히 아는 '이것만큼은 맹세할게' 나오는 부분이 된다.


그리고 보컬도 악기다. 후렴에서 '워어어어 워어어어어'할 때 뒤에 깔리는 목소리를 잘 들어보라. 낮은 목소리도 같이 들린다. 보컬 하는 사람에게 "보컬이 무슨 악기야?"라고 하면 안 된다. 영국에서도 "What's your instrument?" 체크할 때 다 'voice' 체크했다.


이 노래에서 좋아하는 부분은 따로 있다. 2절 후렴이 끝나고 나오는 부분은 '브릿지'라고 부른다. '막이 내릴 그날에도 그때도 네 손 꼭 잡은 채'로 시작하는 부분이다. 브릿지는 말 그대로 이어준다는 뜻이다. 후렴과 후렴을 잇는다. 그래서 생뚱맞은 지금까지 안 나온 멜로디가 나온다. (이 파트 엄청 좋아해서 영상에도 계속 썼었다.)



브릿지가 끝나고 나오는 '이것만큼은 맹세할게'는 드럼이 쏴악 사그라들면서 끝을 향해 달려갈 발판을 만든다. 그리고 마무리는 건반 선율이 예쁘게 들리며 장식한다. 파트마다 주로 들리는 악기가 다 다르다. 악기 소리에 집중해서 노래를 들으면, 재밌게 들을 수 있다.


다음은, 같은 노래도 다른 버전을 듣는 재미가 있다. 자주 듣는 노래로 런치의 '너를 생각해 (2022)'가 있다. 이 노래는 원곡에 크리스마스 분위기 편곡더했다. 크리스마스 편곡임을 쉽게 알 수 있는 것이, '종소리 울려라 종소리 울려' 싶은 종소리가 기타 선율 뒤에 유유히 들린다. 그리고 이 곡은 색소폰 연주가 미쳤다.


후렴이 먼저 나오고, 그다음에 벌스가 나온다. 그런 곡들도 종종 있다. 벌스 부분을 들어보면, 노래가 나오고 악기가 서로 주고받듯이 노래하는 느낌이 든다. 보컬과 악기가 어떻게 서로 호흡하며 어우러지는지 귀 기울여 보면 재밌다.


이건 여담인데, 이 노래 부르기 어렵다. 내가 호흡이 부족한 편이 아닌데, '이젠 내겐 니가 없어서 나 혼자 불러도' 파트는 나도 한숨에 부르기 어렵다. 누가 만들었는지 초보자가 부를 노래는 아니다. 호흡뿐만 아니라, 맛깔지게 부르기가 어렵다. 어지간히 노래를 가지고 놀 줄 아는 사람이 불러야 된다.




노래에서 보컬이 주인공처럼 들리지만, 꼭 그렇지 않다. 악기가 받혀주지 않으면, 그 어떤 좋은 멜로디도, 좋은 보컬도 그 매력이 잘 드러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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