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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해몽의 비밀

by 이가연

어릴 때부터 인터넷에 꿈해몽을 찾아보곤 했지만, 꿈해몽은 직접 해야 정확하다. 예를 들어, 누가 나와 영국의 상관관계를 알까. 내 속 깊이 영국에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나 자신하고 내가 작년부터 왔다 갔다 하는 과정을 지켜본 오빠만 안다. 아니, 오빠도 내가 초등학교 때부터 해리포터 팬이었고 얼마나 환상의 나라였는지는 잘 모른다. 나에게만 있는 감각이다. 그러니 꿈해몽은 인터넷도, 챗GPT도 정확히 해줄 수 없다.


드디어 내게 유의미한 임상 데이터가 생겼다. 올해의 하이라이트는 10월이었다. 공연도 네 번 했고, 10월 25일에 있었던 춘천 공연은 심지어 춘천인지도 몰랐다. 서울 명동인 줄 알았는데, 춘천 명동길이었다. 무엇보다 10월 중순에 타로 채널 영상 하나가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아 대박이 났다. 생각도 못했던 수익 창출 기준을 넘겼다. 1년 넘게 영국 다시 가야 하나, 다 싫은데 제삼국 없나 별 생각을 다 했는데, 10월로 완전히 끝났다. 그게 제일 감사할 일이다.


10월 1일부터 22일까지 꿈일기를 살펴보았다. 이 시기에는 유독 연예인과 해외가 자주 나왔다. 물론 나는 보통 사람들보다 꿈에 해외가 빈번히 나올 것이다. 얼마 전에는 꿈에서 스페인어도 했다. 그동안 꿈에서 영어, 일본어, 중국어 다 해봤는데, 짧지만 어쨌거나 스페인어로 꿈에서 이 버스 공항 가는 거 맞냐고 소통 시도를 했기 때문에 나도 감탄했다. 그리고 연예인도 마찬가지로, 지금 나도 가수이자 유튜버이기 때문에 내가 하는 일이 잘될 거라는 신호로 나올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기에는 좀 더 연예인, 해외 테마로만 집중해서 꿈에 나왔다.


근래는 초등학교 동창, 중학교 동창이 자주 나왔다. 둘 다 공통점이 있다. 고등학생 때만 알았어도 남사친이었을 텐데, 그땐 너무 어렸다. 자꾸 괴롭히니까 너무 싫었다. 나는 실제 학교폭력도 겪어봤지만, 걔네는 아니었다. 내가 진심으로 화내며 싫다고 하면 선을 넘지 않았다. 적어도 그 중학교 동창은 확실히 기억한다. 꿈에 나올 때마다 곱씹게 된다만, 나를 좋아했는데 지도 몰랐거나, 알아도 표현을 그렇게밖에 못했던 거 같다.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분명 그 둘에게 호감을 가졌던 순간들도 있던 걸로 아는데, 별로 그 감정을 들여다보지 않았다. 그때는 아무래도 남자 애들이 너무 날 괴롭혀서, 남자라고 하면 그냥 짜증 나는 존재였다. 악의가 있는 애들과, 악의가 없던 애를 구분하지 못했다.


사실 최근 꿈들이 매우 희한하다. 그 중학교 동창이 꿈에서 나에게 사귀자고 고백을 했다. 보통 걔네가 나오면 다 배경이 학교이고, 등장만 하고 별 의미가 없다. 또 생전 꿈에 점쟁이가 나와본 적이 없는데 12월 며칠까지 그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도 했다. 부모에게 버려진 아기를 안고 소중함과 책임감을 느끼며 눈물을 줄줄 흘리기도 했고, 내 결혼식 당일 날 신랑하고 전화하는 꿈도 꿨다. 기대가 안 된다면 거짓말이다. 별로 기억이 잘 안 나면 개꿈이고, 생생할수록 의미가 있다고 본다.


무당이 아니라서 바로바로 꿈해몽이 되지 않더라도, 자고 일어나서 인상적이었던 꿈을 기록하는 것만으로도 재밌지 않은가. 당장 그 의미를 모르면 뭐 어떤가. 수개월이 지나서, 저렇게 알게 될 수도 있다. 몇 년 전에도 꿈일기를 썼었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 때, 원래는 꿈에서도 무시당했다. 꿈에 나온 인물은 그 인물이 아니라 치환된 경우라 보면 되고, 꿈에서 느낀 감정이 중요하다.


나는 남들보다 도파민을 더 필요로 한다. 아무리 재미난 꿈을 꿨어도, 기록을 안 하면 금방 휘발된다. 기록을 함으로써 더 즐거운 아침 시작을 할 수 있다. 악몽이면 안 적으면 그만 아닌가. 그러고 보니 올해 딱히 악몽이랄 게 없었다. 신기한 꿈 대잔치였다. 역시 올해 참 잘 되고 있고, 앞으로 더 잘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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