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워서 다시 왔다. 사람이, 도시가, 모든 것이 그리웠다.
당일 비행기표를 예매하기도 처음이다. 그럴 뻔한 적은 많다. 영국에서도, 한국에서도 난 당장이라도 캐리어를 싸서 당일 그곳을 뜨고 싶어서 비행기표를 검색했다.
그리고 8월 1일, 마침내 처음으로 그것을 실행에 옮겼다. 직항이 아닌 경유도 처음이다. 어차피 12월에 졸업식 가려고 비행기를 미리 예약하려던 참이었다. 12월 직항 왕복 비행기값이 8월 한 번 경유하는 비행기보다 수십만 원이 더 저렴했다.
영국 떠나온 지 한 달 반 만에 그 돈을 주고 다시 가려하다니. 그래도 선택했다. 내가 떠나온 것들을 생각하면 숨이 막혀왔다. 핸드폰 사진첩을 볼 수도 없었다. 왜 3일 만에 모든 것을 정리하고 한국에 돌아왔는지 후회되었다.
후회를 덮는 방법은 하나다. 새로운 경험을 만드는 거다. 그것이 어쩌면 새로운 후회를 만들어내는 일일 수도 있다. 이번 비행기와 호텔값을 쓰느라 통장에 구멍 뚫려서 후회할 수도, 생각도 못한 또 다른 어떤 후회가 생길지 모른다. 그럼에도 한다. 그게 내 방식이다.
인천 공항 착륙을 앞두고 있다는 안내 방송이 나오자 좌석 화면에 영국 지도를 보며 소리 내어 울던 내 모습이 생각난다. 아, 얼마나 사랑하고 미워하고 짜증 내고 행복해하고 싫어하고 설레하고, 또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던 영국이던가.
그렇게 다시 영국에 왔다. 내가 너무 사랑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