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있을 때 노래를 잘 안 부른다. 그다지 노래 부르고 싶다는 충동이 안 든다. '난 역시 사람들 앞에서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지, 과연 노래 자체를 좋아하는 게 맞나'하는 생각만 7-8년은 했다. 종종 유튜브 커버를 올리고 있지만, 연습을 하고 찍는 게 아니라 그냥 멜로디만 익혔으면 올리는 수준이다. 그렇게라도 노래 채널을 유지하지 않으면, 싱어송라이터가 아니라 그냥 점쟁이로 사는 기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래 연습을 안 한다는 죄책감이 늘 든다. 하지만 오빠가 말했다. 너가 하는 게 다 연습이라고. 예전에 유튜브 댓글에도 달렸다. 영국 갔다 온 이후로 노래가 깊어졌는데, 영국에서 많이 배웠냐고. 개뿔!!!!!!!!! 이라고 생각했는데 거기에도 답이 있다. 디지게 마음 고생하면 노래가 는다.
1. 노래 듣기
노래를 듣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노래를 잘 듣지도 않는 사람들은, 섣불리 '나 음치네'해선 안 된다. 요즘은 라이브 영상도 좀 많이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물론 잘 안 된다. 라이브 영상 보는 건 별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 가수가 어떻게 표정, 동작, 입 모양을 쓰는지 보고 배울 필요가 있다. 보면서 립싱크 연습까지 하면 금상첨화다.
2. 악기 연주
어떤 악기를 연주하든, 음악성이 발달하기에 다 노래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며칠 사이엔 칼림바에 꽂혔다.
3. 지휘 연습
이건 최근에 내가 개발한 연습이다. 그냥 걸어 다닐 때도 지휘하는 모양을 하며 노래를 듣는 거다. 그냥 걸어 다니는 게 재미없는 대단히 ADHD스러운 연습법이다만, 나름 이유가 있다. 지휘를 하면 자연히 다이내믹 파악이 된다. 소위 '강 약 중 약'이 몸으로 익혀진다. 최근 노래에서 다이내믹 표현에 관심이 많았다. 클라이맥스 부분이라고 해서 '강 강 강 강'으로 소리를 때리면 부르는 사람도 힘들고, 듣는 사람도 힘들지 않겠나. 어느 파트든 그 짧은 한 마디 안에서도 강한 부분이 있고, 약한 부분이 있다.
4. 다양한 감정 느끼기
그냥 쉽게 예를 들겠다. 작년 8월에 그렇게 영국에 안 갔으면, '그런 너라도', '그동안 수고했어' 노래가 나오지 않았다. 작년 하반기에 고생고생을 하지 않았더라면, 올해 '있지'와 '연락할까 봐'도 없었다. 단순히 곡이 나온 정도가 아니다. 최근에 제대로 눈치챈 사실인데, 노래에 담긴 색채가 변했다. 예전엔 마냥 통통 튀고 발랄하거나 절절하거나 둘 중 하나였다. 그런데 뭔가 쓸쓸함이 생겼다. 가을 낙엽 수준이 아니라, 뭔가 쪼들아붙은 겨울 낙엽 같은 그런 감성이 느껴진다. 살 떨린다고나 해야 할까. 마치 겨울 입김처럼, 따뜻하면서도 시리다. 드라마 보면 연기도 펑펑 우는 씬보다, 애써 눈물 참으며 덤덤한 씬이 더 슬프지 않은가. 딱 그거 같다. 내가 내 노래 듣는데도 그 담담함 속에 담긴 더 큰 슬픔이 보이고 들린다. 감히 말하건데, 나는 누군가를 목숨 빼고 다 줄 수 있을 정도로 사랑했다. 그 과정이 이렇게까지 음악에 영향을 줄줄도 몰랐는데, 감사할 따름이다.
5. 나를 성장시키는 모든 것
심리학 책을 읽든, 강연을 듣든, 글을 쓰며 자아 성찰을 하든, 전부 위와 마찬가지로 노래에 감성을 더하는데 도움이 된다. 사람들이 그 깊이를 느낄 것이다. 문득 김윤아의 'going home' 노래가 떠오른다. 사람 자체가 깊이가 있어야, 그런 노래를 불러 사람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지 않겠나. 나는 당연히 김윤아 님의 감성을 따라가기엔 아주 한참 멀었다. 하지만 10년 후에는 그렇게 노래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