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악플

by 이가연

악플

네 녀석 때문에 악플을 봐버렸다... 그래도 고맙다.

악플은 '보컬 배운 적 없죠?'였다.


졸업장이라도 보여줘야 하나... 이렇게 쓰니 별 거 아닌데, 처음 봤을 땐 아주 엿 같았다. 이건 노력한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다. 보는 순간 심장에 다가와 비수로 꽂히는 걸 어떡하나. 그냥 안 봐야 된다.


그게 제일 심했고, 다른 댓글은 별로, 느끼하다고 했고, 또 다른 댓글은 친구를 소환하더니 그 친구가 와서는 이모티콘으로 X 표시가 되어 있었다. 한 영상에 싫다는 댓글만 세 개 달린 것도 처음 봤다. 유튜브는 조회수 천이 넘어야, 악플이 한 개 있을 정도의 비율이거늘 이 영상은 700회 정도밖에 되지도 않았다. 조회수가 이렇게 없는데 당황스러웠다. 틱톡은 시청 연령층이 훨씬 더 어리단 걸 알기 때문에, 댓글을 아예 안 본다. 네 녀석 때문에 다 봐버렸잖아...


삭제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악플이 무서운 건 이거다. '내가 진짜 못 불렀나?'하고 다시 들어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솔직히 연습하고 올리지를 않고, 한 세네 번 불러보고 바로 올린다. 늘 커버를 너무 대충 올린다는 생각은 들었는데, 그렇다고 노력해서 올릴 생각도 없다. 남의 노래 연습해서 부르는 건 적성에 안 맞기 때문이다. 그냥 요즘 유행하거나 내가 즐겨 듣는 노래 중에, 취향에 맞는 노래를 몇 번 불러 올리는 게 좋지, 연습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심히 긁힐 땐, 다 이유가 있다. 고맙다. X나 좋다고 해줘서.




영국의 겨울

저 나라는 4시도 안 됐는데, 해가 진다. 역시 다시 살고 싶지는 않다. 잠깐이라도 살아보니, 저 나라는 날씨가 흐리고 자시고한 거보다, 겨울에 해가 빨리 떨어지는 게 더 우울하다. 아직 4-5시 밖에 안 됐는데 완전히 깜깜한 밤일 때면, 수업 끝나고 밖에 나와서 숨이 콱 막히는 느낌이었달까. 이야.. 그 장면, 영국 가고 싶은 마음 치료제다. 그것만 생각해도 11월부터 2월까지는 가고 싶은 생각이 안 들 수 있겠다.


일 년에 한두 번은 꼭 가야 한다. 사실 일 년에 세 번 가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한두 번이라고 했다. 바라는 대로 일 년에 세 번 가게 되길.



특별히 예민한 시기 없음 주의

나는 여자들이 생리 때 예민하다는 말에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래본 적이 없다. 그냥 하루이틀 정도 배가 아플 뿐, 생리라서 식욕이 터진다거나, 신경이 곤두서있다거나 자각한 기억이 없다.


올해 드디어 알았다. 그것은... 나는 1년 365일 언제든지 자극 요인이 있다면 충동적이고 예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여자들은 일상 속 큰 자극 요인이 그거겠다만, 나는 그렇지 않다. 물론 이건 애인이 있었다면 애인이 가장 최측근에서 지켜보고 알았을 텐데, 아쉽게도 누가 말해준 적은 없다. 나도 평범한 여자들처럼 그 시기에 더 예민할지 모르는 일이다. 일단 나는 못 느꼈다.


흔히 여자가 예민해 보일 때 남자가, "너 생리하니?"라고 하면 열받는다고 하는 것처럼, 나는 "너 왜 예민해. 오늘 ADHD 약 먹었니?"라는 말 들으면 긁힐지도. 누가 그런 "너 살 쪘니?" 수준의 말을 하겠는가. 살 찐 건 오히려 사실일 수 있기 때문에 괜찮다. 요즘 ADHD 약 안 먹는다. 열 받게 하는 사람만 없으면 필요 없다. 우울증 약은 우울증이 왔을 때 꼭 먹어야 일상이 가능한 거지만, ADHD 약은 그렇지 않다. 아무리 작은 요인이라 하더라도 자극 요인이 없으면 된다. 누구는 나 항상 천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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