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일하고 있다는 감각이 중요하다. 오늘 뭐 하나라도, 아니 한 두세 개 했다는 감각이 있어야 한다. 대충 시간만 보낸 하루를 견디기 어려워한다. 그건 여행을 가도 마찬가지다. 물론 이런 성향이 힘들 때도 있다. 늘 밸런스 조절이 중요하다.
브런치 글을 쓰는 건 일하는 감각을 주지 못 한다. 수익 창출이 되지 않을뿐더러, 향후 수익 창출을 염두한 글쓰기도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 영국에서 글을 쓸 땐 달랐다. 그때는 유학 과정을 담은 글을 에세이로 엮을 생각을 하고 갔다. 확신이 있었다. 그래서 브런치 초창기에 쓴 글들은 전부 책을 위한 발판이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매거진도 여행, 책, ADHD, 정신 건강 등 매우 다양하다. 구독자수를 모으려면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써야 한단 걸 알지만 그럴 생각이 없다.
며칠 전부터 타로 책 집필을 시작했다. 일하는 느낌이다. 브런치엔 원래도 하루에 4-5개씩 글이 샘솟기 때문에, 올리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혼자만 알고 있으면 재미가 없는 법, 하루에 다섯 쪽을 썼든 쓴 만큼 오빠에게 거의 매일 공유하고 있다.
ADHD인은... 그때그때 보상이 필요하다. 브런치 글은 좋아요 알림이 뜰 때마다 그게 보상이다. 그러니 브런치에 올리지 않기로 했다면, 그와 비슷한 즉각 보상이 있어야 된다. 그러지 않고 아무에게 알리지 않은 채로 혼자 책 한 권 쓰기는 좀 어렵다. 상대방에게도 한 번에 100쪽 보내서 읽으라고 하는 것보다 그게 낫지 않나.
2023년부터 타로 노트를 쓰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세 권을 다 썼다. 태어나 이렇게 노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써본 건, 타로가 처음이다. 지금은 가장 최근 한 권에 있는 임상을 골라 글을 썼다. 다음은 2023년 노트를 볼 건데, 조금 걱정이 되긴 한다. 타로는 나에게 걱정을 끼치는 문제를 보게 된다. 괜히 2023년 영국 가기 전에 스트레스받았던 일들을 파헤치는 거 아닌가 싶긴 하지만, 그건 단순히 타로 보면서 불안해했던 기록이 아니다. 나름대로 내가 잘 살아냈던 기록이다. 어떠한 사건이든, 그걸 해석하기 나름이다. 헛고생이라 부르면 헛고생이 되는 거고, 인생 교훈이라고 하면 교훈이 된다.
이 책을 언제 완성할지는 정하지 않았다. 한 50쪽 쓴 다음에 쭉 묵혀뒀다가 나중에 타로 임상이 더 쌓이면 몇 년 뒤에 완성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책을 쓰는 과정을 통해 타로를 대하는 나의 자세가 다시금 바로 서고 있단 거다. 그래서 남을 가르친다는 건 최고의 공부다. 타로를 하나하나 가르쳐주는 교재는 아니지만, 나의 임상 사례 나눔집이기 때문에 정보를 나누는 책이다. 글을 쓰며 내 머릿 속도 정리가 되어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