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바쁠 거 같다는 말
"너가 바쁠 거 같아서 연락 안 했다"는 말이, 다들 그냥 둘러댄 말이었다는 걸 올해나 되어서 깨닫고 확 열이 받았다. 그것도 모르고 그동안 '내가 진짜 바빠 보이나? 진짜 1도 안 바쁜데 왜 자꾸 바쁠 거 같단 말을 듣지? 유튜브 활동 때문인가. 내가 왜 바빠 보이지.' 싶었다. 나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로 단 한 순간도 절대 바빠본 적이 없는데, 대체 왜 이러나 생각했다. 왜냐하면 나는 드러나는 직업인 건 맞기 때문이다. 내 유튜브를 구독한다면 바빠 보일 수도 있지 생각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아니다. 그냥 연락할 생각 없었는데, 내가 그러니까 바쁠 거 같았다고 둘러댄 거다. 예를 들어, 중국인 친구가 한국 왔었다길래 "그럼 연락하지" 했더니, 바쁠까 봐 연락 안 했다고 했다. 그냥 한국 와도 나 만날 생각이 안 난 거다. 그걸 이제 알면 어떡하지... 그런데 의문이다. 열에 한 명은 진짜 바쁠 거 같다고 생각했나.
2. 나중에 연락한다는 말
진짜로 언제 한 번 보자는 말이, 정말 그냥 하는 말인가. 열에 한 명은 진짜로 시간 되면 보고 싶은 마음이 없나. 나는 대체 그걸 어떻게 구분해야 하나. 나는 저 사람이 보고 싶은 마음이 없으면, 절대 절대 그 말이 입 밖으로 안 나간다. 하물며 소개팅도, 예의 상으로라도 안 한다. 거짓말 못 한다. 물론 이제는 내가 두 번 물어봤는데, 저러면 포기한다. 내가 또 물어볼까 봐 연락처 삭제해야 한다. 정말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물어보던 과거 사람이 수십 명이다. 대답을 다 해줬으니까! 이번 주말은 이래서 안 되고 다음 주는 저래서 안 되고 디테일하게 말해줬던 모든 이들이 극혐스럽다... 근데 정말 나 같이 빈 말 못 하는 사람이 없나. ADHD 인구가 5%인데 분명 있을 텐데요.
3. 출판사 기획 출판 / 텀블벅 펀딩
나는 정말 출판사 기획 출판이 안 될까. 이번에 영국 책도 투고에 실패하고 결국 똑같이 혼자 내서 실망이 컸다. 그 책은 될 줄 알았다. 그래서 지금 쓰고 있는 타로 책도, 똑같이 POD 출판할 생각 하니 안타깝다. 텀블벅 펀딩도 이미 두 번 실패해 봤다. 세 번째는 될까.
4. 혼자 여행
혼자 여행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이 정말 공부하러 가는 것 밖에 없나. 아무리 노력해도 도착하자마자 하루에 2만 보 가까이 걷고, 그러면 길어도 사흘이면 바닥난다. 힘들어 죽겠다. 도파민이 넘치니 적게 걷는 게 안 된다. 사실 나는 만 보만 걸어도 한계다. 한국에서 일주일 동안 이만 보 걷는다...... 편안한 여행 하려면 하루에 만 보도 걸으면 안 된다. 그러려면 친구나 애인이랑 앉아서 수다도 떨고 그래야지... 혼자서는 가만 못 앉아있겠다. 정말 혼자서는 교육 들으러 가는 거 말고는 안 되나. 아무리 생각해도 올해 해외 나간 거 모두 돈만 쓰고 개고생 했다. 3월에 시드니 가는 게 걱정이다. '야!!!! 저기 오페라 하우스 보이지? 너 여기 벤치에서 30분 필수로 앉아있어. 일어나지 마!!! 걷지!! 마!'라고 하겠다고 매번 다짐하는데 진짜 잘 안 된다. 미치겠다.
5. 공연팀 지원 이게 최선인가
혼자서는 정녕 이게 최선인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페이 공연에 더 합격할 수 있나. 강릉 버스킹 대회 결선 진출도 전부 팀이었다. 난 팀원을 꾸릴 수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다. 계속 혼자 활동하고, 어디 지방 갈 때 매니저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팀이 아닌 1인 뮤지션이기 때문에 애초에 안 뽑히는 경우가 대부분인가. 아니면 지금 상태 그대로도, 지원서를 더 잘 쓸 수 있는 여지가 있나. 아니면 인지도, 팔로워수의 문제인가. 그 누구에게도 피드백 받을 수 있던 적이 없다. 이건 올해가 아니라, 매년 갖고 있던 생각인데 더 심화되었다. 아무리 봐도 공연해서 돈을 받는 게, 유일하게 순도 100% 하고 싶은 일이기 때문이다. 나머지 모든 일은, 쉽게 분노를 유발한다. 간절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래 말고는 간절하지 않으니, 얼마나 잘 때려치우겠나.
6. 돈 잘 쓰는 법
10대 때부터 나에게 공연 관람은 투자라는 인식이 있다. 그래서 돈을 안 아꼈다. 실제로 공연 관람이 가장 낮은 실패율을 보인다. 거의 무조건 돈 안 아깝다고 느낀다. 그런데 나머지는? 책도 성공률이 생각보다 낮고, 여행은 좀 심각해서 3월 시드니도 가는 게 맞나 걱정이 된다. 가장 크게 돈이 나가는 것이 1위가 여행, 2위가 음원 발매다. 음원 발매도 낸다고 다 만족하는 게 아니다. 그래서 내년 3월 '너의 생일' 노래 발매 계획도 진작 철회했다. 그 곡은 발매 퀄리티가 못 된다. 납득할 수 없다.
7. ADHD 약 정녕 노답인가
ADHD 약 전부 부작용을 보인다. 3시간 가는 약도, 가끔씩 부작용 때문에 괜히 먹었단 생각이 든다. 그 약은 아무래도 응급 우울증 약 정도로 써야 할 거 같다. ADHD... 약 밖에 답이 없다. 전문가들이 다 그렇게 말한다. 10년 동안 정신과와 심리상담을 받아도 해결되지 않은 게, 이제 겨우 진단 받아서 원인은 알았는데 치료제가 없으면 대체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겠다. 그 어디에도 ADHD 약이 아무 것도 안 듣는 사람에 대한 문헌, 영상, 자료, 경험담이 없다.
나랑 꼭 맞는 사람만 대화하고 지내면 표면적으로는 문제없는 게 맞다. 환경만 잘 따라주면 괜찮다. 열 받게 하는 사람 없고, 집에 소음 들리는 거 아니면 살만 하긴 하다. 과거보단 백배 낫다. 그런데 그래도 남들보다 긍정적 감정도 부정적 감정도 백배로 느끼는데 안 힘들겠나. 일상 난이도가 너무 높다. 무슨 감정이든, 감각이든 매우 강하게 느끼면 얼마나 남들보다 빨리 피로하겠나. 방금도 밖에서 책 읽는데, 옆에서 계속 애한테 책 읽어주는 소리가 너무 거슬리고 도저히 못 있겠어서 집에 왔다. 이러면 서울 같은 데 못 산다. 사람 많은 지하철, 버스 이런 거 타기 힘들다. 남들에겐 안 힘든 게 힘들고, 누구에게나 힘든 거라면 몇 배로 힘들다.
이건 앞으로 병원하고 계속 상의해나갈 문제다. 미국에만 있는 애더럴만이 답인가. 진단 받은지 1년이나 지났는데 하필 약이 싹 다 안 맞아서 안타깝긴 하지만, 나에겐 이겨나갈 능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