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학업에 문제를 겪지는 않았다. 오히려 과제가 있으면 받은 즉시 끝냈다. 학업, 그건 지능이 높아서다. 머리가 좋으니까 원래라면 문제가 될 게, 문제가 안 됐다. 그건 좋은 게 아니다. 그러니까 ADHD 발견이 늦었던 것이다.
일상 생활 속에서 도움이 정말 절실히 필요하다. 방금도 준 발작 상태를 겪었다. 스위치가 켜져서 "우욱"하고 토하듯이 말이 나올 때를 의미한다. 그러곤 약을 꺼내 먹었는데... 지금 같은 상황에선 진정제를 먹어야하는데, 각성제를 먹어버렸다. 분노에는 알프람, 무기력에는 ADHD 약을 먹어야하는데. '지금 이 상황이 내가 ADHD라서 그래!'라는 생각에 꽂히니까, ADHD 약을 먹었다. (이미 흥분된 상태에서, 더 흥분시키는 약을 먹은 셈이다)
저 위에선 혼자서 시험을 치룰 수 있는 개인실 제공이 눈에 들어왔었다. 방금은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는데, 밖에서 계속 달그락 소리가 나서 너무 짜증이 났다. 처음엔 동생이었는데, 그때는 참았다. 그런데 그뒤엔 엄마가 와서 또 그런 소리가 들렸다. 그와중에 수업 진행하시는 선생님은 계속 반말을 섞어쓰는거 같았다. 내가 그래서 아까부터 너무 불편하다고 한 번 말을 했는데, 그럼에도 계속 그러셨다.
나에겐 작은 소리도 칠판 긁는 소리다. 심장 안이 지속적으로 긁히는 느낌이다. 이런 거 보면 영국 기숙사 방이 다른 사람들에겐 생각보다 안 시끄러웠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어디서 ADHD를 고문하는 방법이, 소음을 끊임없이 주는 거라고 했다. 사람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칠판 긁는 소리 지속이라는 표현이 제일 정확할 거 같다. 싫다는 말로 표현이 안 된다. 불쾌하단 말로도 안 된다. 심장이 긁힌다. 그냥 사람들이 생각하는 '짜증이 난다'가 아니다. 당장 설사를 싸고 싶은데 참는 느낌이다.
그런데 소음 하나가 아니라, 수업 진행하는 선생님 마저 "~했잖아."라고 반말이 계속 가끔 튀어나오니, 말 끝마다 저 문장은 반말일까 존댓말일까 밖에 귀에 안 들렸다. 내용이 들리는 게 아니라. 이미 한 번 말한 상태면, 되게 위험해진다. 그 한 번도 너무 참다가 말한 것이기 때문에.
겉으로 보기엔 그 두 가지만 맞물린 거 같지만, 아니다. 어제 2년 만에 다시 만난 공황 달래느라 너무 힘들었다. 오한, 몸 떨림, 공포, 메스꺼움의 공황 증상은 약 먹으니 1차로 지나갔는데, 그 뒤로도 자기 직전에 미니로 한 번 더 왔다. 그런데 '자라... 자라...'하고 가라앉혔다. 무엇보다 내가 저렇게 고심해서 최선을 다해 캐주얼하게 보내놨는데, 질질거리는 메시지를 또 보낼까봐 막느라 너무 힘들었다. 막으면서 나는 지금 이게 된다는 건 탈인간이라 생각했다. 사람들이 '죽을 거 같다'라는 표현을 정말 가볍게 쓴다는 걸 알고 있는데.. 내가 말하는 죽을 거 같다는 진짜 죽을 거 같다다.
오빠가 자주 나보고 너는 인간의 경지를 넘어선 것 같다고 했는데, 이제 드디어 와닿았다. 나는 진짜 신인 거 같다. 어제 이후로 제대로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지금 살아있는 건, 인간의 경지를 넘어선 거 같다. 나는 진짜 인간이 아닌 거 같다. 이상한 예지몽부터 알아봤다. 그냥 인간 아닌 거 같다.
얼마 전 홈페이지 내용 수정을 하면서도 생각했다. 이런 애로사항을 안고도 이 정도로 혼자 성취를 했다고? 목록 하나하나가 싹 다 내가 스스로 얻어내고, 해낸 것들이다. 봉사 시간 한 번 필요한 적 없었는데 혼자 다 알아봐서 거의 300시간을 하고, 책이 팔리지도 않을 거 알면서도 수백군데 출판사에서 안 받아주면 그냥 내가 책을 내고, 도무지 나랑 말 통하는 한국 사람이 없으니까!! 6개 국어를 익히고. 음악만 봐도 미친 거 같고, 음악 외적으로 봐도 미친 거 같고 도저히 내 홈페이지 보여주고 내 정신병 상태를 처음부터 다 알려주면 사람들이 안 믿을 거 같다.
보통 ADHD는 학교도 마치기 어렵고, 과제하고 시험 보기도 어렵다고 들었는데요.
죽지 않고 살아있는 게 너무 대단해서 기절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