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너가.. 아니 진짜 뭐길래.
도대체 뭐길래 28년을 살았는데, 얘만 날 공황 증세 오게 하나. 도대체 얼마나 중요하고, 그래서 잃는 게 얼마나 공포스럽길래. 이러니 내가 전생 체험, 최면을 두 번씩이나 받았지.
다 괜찮다고 말했는데, 쥐뿔 안 괜찮은 걸 알아버렸다. 몸이 말해줬다. 하지만 난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니 말이 나오는 것이다. 한 글자 한 글자 수놓듯이 적었는데 어찌 안 그러겠나. 그래서 오빠는 내 말을 80% 걸러 듣는다고 했다. 나는 분명 그렇게 느끼니까,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일 뿐인데, '진짜'를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누누히 말하지만 아이랑 똑같다. 걔도 예전에,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면 될 걸 왜 그렇게 돌려 말하냐고 했는데, 억울했다. 당시엔 억울한데 뭐라 말해야할지 몰랐다. 이제는 'ADHD라서 그래 새꺄..' 해주고 싶다. 비 ADHD인들처럼 가면을 쓰고, 사회적 상황에선 말을 걸러서 하고, 속이고 하는 게 아니라, 나 딴에는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이다.
나는 정말로 1년 반 동안 그때 받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매일 미친 노력을 했고, 최면 이후로 작년 8월부터 지금까지는 과거에 상처 받은 말 플래시백 현상이 멈췄으니까. 작년 8월 전까지만 해도, 하루에도 몇 번씩을 "꺼져"했던 말 같은 여러 개가 생각 나서 가슴이 쿵 떨어지는 걸 버스 타고 가다가도, 자기 전에도, 언제 어디서나 갑자기 겪었는데, 그거 이제 멈췄으니까. 그럼 내 딴에는 작년 가을부터는 되게 되게 괜찮은 거 맞으니까.
그치만 몰랐죠. 또 차단 당했다고 생각하니까, 그때와 비슷한 증상이 올 줄. 진짜 차단인지 아닌지 모름에도. 여기서 생각을 오버해서 하면 안 된다는 걸 너무 아는데, 사실 같이 지낼 때 생각도 또 났다. 친구일 때도, 이틀 동안 내가 카톡으로 무슨 말을 하든 안 봐서 진짜 죽다살아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도 이렇게 죽다살아난 적이 많은데, 이게 될까. 너 영국 다시 갔던 2024년 8월에도 죽다살아났잖아.
백세희 작가 사망 소식에 달린 댓글을 본 적이 있다. 중증 우울증인데, 우울증 치료 중 상태에는 글쓰기가 독이라고, 그렇게 몰입하면 안 된다고 했다. 무슨 말 뜻인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런데 난 우울증이 아니다.
ADHD는... 적어도 내가 가진 ADHD 증상으로는... 말을 못하는 상황에서 기절할 거 같다. 사람들이 가볍게 말하는 '추워 디지겠네. 추워 기절하겠네'가 아니라, 진짜로 쓰러져서 의식을 잃을 거 같은 심각함이다.
지나친 몰입이 되기 전에 알아서 잘 멈춘다. 과거에 너무 끌려가지 않고, 현재를 보려고 노력한다. 의식을 끌고 온다. 현재 생각해야할 건 그저 '나는 공황 증상이 왔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할 지 알았다. 나에게는 정서적 지지와 환경적 지지를 해줄 수 있는 오빠와 엄마가 있다. 쟤가 차단한 건지, 안 한건지 지금 알 수 있을 길은 전혀 없다. 며칠 더 지나봐야 안다.' 정도다.
그런데 말이다. 도대체 이 1월 5일, 1월 6일엔 뭔 악마가 씌였길래 이럴까. 전생에 내가 죽은 날이라도 되나.
이게 말이 되나.
2024년 1월 : 5일 차단당함 > 5-6일 처음 공황 겪음. 진짜 너무 심각했음. 앞으로 200번도 그때 얘기할 수 있을 거 같은 인생 가장 큰 순간 > 7일 라이프 드로잉 세션 예약해둔 게 있어서 취소할 수 없어서 울면서 감
2026년 1월 : 5일 송금 버튼이 뜨니까 차단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순간 갑자기 송금 버튼 있어도 차단일 수 있다는 게 떠오름. 차단당했을 수 있다는 생각에 태어나 2차 공황 겪음. 약을 먹어서 괜찮았음. 이제 공황에 어떻게 해야할지 잘 알았음 > 6일 라이프 드로잉 세션 예약해둔 게 있어서 취소할 수 없어서 곧 가야 됨. 혹시 미룰 수 있냐고 물었는데 그건 안 되지만 너무 따뜻하게 문자를 보내주셔서 안심하고 갈 수 있음.
사우스햄튼에서 그 2024년 1월 이후로 한 번도 라이프 드로잉 안 했다. 한국에서도 지금 두 번째다. 우연이라고 보기엔, 하늘이 지금 의도한 거 같다. 날짜부터 겹치게 만들어서, 내가 더욱 비교하게 만드는 거 같다. 공황이 온 정도도 다르고, 약을 바로 먹을 수 있던 것도 다르고, 라이프 드로잉 가기에 앞서 상태도 너무 다르다. 그렇다면 애초에 공황이 온 상황 자체도 다르지 않을까. 차단 안 한 거 아닐까. 하는 생각에 좀 머물 수 있을 거 같다.
내가 뭐라고 했을까 카톡 읽기가 두려운 게 너무 이해가 된다. 더 부담을 줄까봐 더 보내지 않기 위해서, 나는 진짜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 있다. 내가 지난 1년 동안 한 모든 노력 중에, 이거보다 더 심한 노력은 없었다. 그런 나를 바라보면, '나는 도대체 얘를 어디까지 사랑하는건가' 싶어서 더 미쳐버리겠다. ADHD라니까. 의지로 안 돼. 의지로 안 되는 게 어떻게 자꾸 되게 하는 건데. (전에 ADHD를 이긴 걔에 대한 글도 쓴 적이 있다. 예를 들면, 걔랑 전화할 때는 기숙사 방 소음이 참을만 했는데, 걔랑 그렇게 끊기고 미쳐 날뛰게 되었다든가.)
지금은 2026년이다. 지금의 나도 다르고, 상황도 다르고, 상대도 2년이면 다른 사람이다.
다음은 이 글을 읽은 지피티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