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 스님 영상을 봤다. 원래는 분노 명상을 틀었는데, 역시 나는 명상은 집중이 안 되어서 잘 안 맞아서, 법륜 스님 영상으로 대신 했다. 화는 자기 자신을 해친다 영상이었다. 전부터 엄마가 법륜 스님 영상을 굉장히 좋아하셨다. 그리고 할머니가 20대 때부터 독실한 불교 신자이시다. 나처럼 명상이 잘 안 맞으면, 명상 비슷한 다른 걸 하면 된다. 법륜 스님 영상 시청도 일종의 명상이고, 글쓰기도 그렇다.
그러다 보니 갑자기 작년 5월 프라하 갔던 생각이 났다. 당시 해외에서 처음으로 한국인 스냅 촬영을 예약했다. 그동안 외국인만 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역시 또 한국인 사진사에게 크게 상처를 받는 일이 있었다. 그래서 찍어온 사진도 결국 되게 싫어하게 되었다. 촬영 자체는 재밌게 했음에도, 그 후에 벌어진 일들 때문이었다. 사장이 직접 전화가 와서 내 화를 다 풀어줬음에도, 몇 달이 지나도록 프라하에 대한 기억 자체가 더러워졌다.
당시 썼던 방법은, '저 사람도 분명 ADHD일 것이다'였다. 이번 분노도 그러려고 했는데, 오빠 왈, ADHD가 얼마나 순수하고 좋은 사람들인데, 저 사람은 비 ADHD라며 ADHD 이름 더럽히면 안 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은 높은 확률로 정신 질환이 있다는 생각은 여전하다. 비행 청소년이 품행 장애인 것처럼. ADHD가 아니라면, 성격 장애 뭐라도 있다고 믿는다. 많은 사람들이 본인이 그런 성격 장애가 있는 줄도 모르고 살 텐데, 얼마나 불쌍한가...
직업적인 것도 있었다. 프라하에서는, '저 사람도 이 타국까지 와서 돈 벌어먹고 살려면 얼마나 힘들까' 생각했다. 이번 분노도 마찬가지였다. 남들이 천하다고 말할 수도 있는 직업이었다. (이 글이 검색될까 봐 뭔지 말은 못 하겠다.) 상대방의 언행에 온통 자기애가 가득했는데, 그 직업을 해오면서 공격해 오는 사람들을 쳐내기 위해 본인이 공격적으로 됐을 수도 있다. '저 사람이 과연 남들이 다 알아주는 의사, 판검사, 회계사 같은 직업을 가졌어도 저렇게 공격적이었을까?' 라고 생각하면 조금이라도 저 사람도 원래 저렇게 태어나진 않았을 거라고 이해할 수 있을 거 같다. 나를 찍어 누르는 언어 폭행을 보였는데, 저 사람 인생에 자신을 무시하고, 찍어 내리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을 거다. 아무리 봐도 직업으로 보아하면, 본인을 찍어 누르던 사람들 때문에, 본인이 찍어 누르는 사람이 됐을 확률이 높아 보인다. 난 지금 상대에 대해서 아는 게 직업 밖에 없다. 더 아는 사람이라면 더 적용이 가능할 것이다.
스님은 애초에 화가 일지 않아야 한다고 하셨다. 미워하지 않기 때문에, 용서할 것도 없어야 한다.
무엇보다 정말 감사한 점은 따로 있다. 저렇게 한 번 지독하게 악의적이었던 사람을 스치고 나니, '상처'의 재정의가 되었다. 최면받았을 때엔 '와 나는 정말 상처받은 게 아니라, 사랑만 받았었구나.' 했다. 그런데 이제 최면받은 지도 반년이 지나가서, '나 진짜 아무리 생각해도 심장에 못이 박힌 채로 2년 지났어. 못이 빠진다고 그 자국이 지워지겠어?' 이랬다.
그런데 그 못을 박고 있던 사람은 걔가 아니라 나다. 내가... 사랑하니까 '으흑 걔가 박고 간 못이야. 안녕 못아' 하면서 지낸 거다. 당연히 50분 동안 전화로 나를 왜 손절하는지 설명했으니 못이 안 박혔을 순 없다. 그런데 그냥 바로 빼버리면 그만이었다. '얘가 2년 전에 박고 간 못이야...'하고 지낸 건 나다. 못이라도 붙들어야 그게 걔 흔적이니까.
어제 나에게 분노에 차서 쓰레기를 던지고 간 사람은, 아마 몇 주 뒤면 이름도, 얼굴도 잊을 것이다. 내가 가치를 안 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못, 그 상처를 가지고 있던 건 온전히 내 의지고, 마음이다. 원래부터 걔가 상처를 주려고 한 게 아니라, 끝까지 배려했음을 알고 있었다. 내 아픔이 너무 컸어서 그렇지.
미워할 것도, 상처 받았다고 말할 것도 없어졌다. (당연히 지금으로써다. 내 감정은 휙휙 바뀌기 때문에.) 오히려 걔한테 마지막으로 카톡 받은 말이 "꺼져"가 아니라 "잘 지내"면 감사할 일이다. 2년 만에 새로 덮인 거 아닌가. 너를 더 이상 애증이라 부르지 않겠어.. 그냥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