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로서의 공부

by 이가연

불어, 참 아는 만큼 재미가 있다.


'줄 서다'도 불어로 'queue' 단어가 들어간단 걸 보고 재밌었다. 왜냐하면, 미국 영어에서 줄 서는 건 'line'을 쓰지만, 영국 영어에서 'queue'를 쓰기 때문이다. 프랑스랑 영국이랑 붙어 있으니 당연히 비슷한 단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불어에서 'queue'는 '꾀'에 가깝게 읽는다. 스페인어는 알파벳 그대로 영어처럼 읽으면 술술 되는 반면, 불어는 전혀 그렇지 않다. 발음이 어렵다.)


저번 불어 수업에서는, 파트너와 짝을 지어서 대화하라는 시간이 있었다. 문장 좀 읽었더니 내 파트너가 영어 잘하시는 거 같다고 해서 "에? 아니 지금 불어 대따 못 읽는데 어찌..." 했다. 그런데 바로 생각해 보니 알았다. 불어에도 똑같이 'f', 'v'와 같은 발음이 있다. 그 말 듣고 다른 사람들 읽는 걸 들어보니, 영어 발음이 상당히 콩글리시이실 분들이 들렸다. 불어 발음이 아무리 어려워도, 나는 더 잘할 수 있는 기본을 갖추고 있단 생각하니 자신감이 붙었다.


'어렵다'는 불어로 'difficile'인데, 스페인어로는 'dificil'이다. 스펠링만 다르고 발음은 같다. 스페인어와 불어가 유사한 점이 많은데, 엄청 헷갈리지만 재밌다.




정신적으로 좀 안 좋을 때는, 책에 파묻히는 경향이 있단 걸 2018년부터 깨달았다. 그냥 좀 읽는 정도가 아니라, 책과 공부에 되게 의지하는 그런 느낌이다. 지금은 불어 공부를 상당히 흥미롭게 하고 있다. 일본어, 중국어도 다 해봤지만, 학원 다니면서 굳이 집에 와서 복습까지 한 기억이 안 난다... 지금 정신적으로 힘든 걸 잊기 위해서 공부해서 치유하려는 게 감지되었다.


'도대체 어떻게 공부가 치유가 될까.' 이해가 안 될 수 있다. 내가 힘들어하는 건 항상 사람 때문이다. 노력을 열심히 한 만큼, 기대한 만큼 힘들어지는 분야다. 늘 내 예상을 벗어나고, 내 뜻이 되게 있었을수록 망한다. 하지만 공부는 어떤가.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공부가 제일 쉬운 거 이미 아주 어릴 때부터 알았다... 아주 어릴 때부터 공부를 잘했으니까... 영재였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세상 사람들에 힘들 때마다 나에게 제일 쉬운 공부에 파묻히게 된다. 지난 1년을 돌아봤을 때, 작년 연초에 크게 상처받고, 아예 마음의 문을 닫았다. 그러곤 작년 연말부터 조금씩 강연과 원데이 클래스 다니며 이런 건 괜찮다는 감각이 생기자, 잠깐 방심하여 또 크게 다쳤다. 거의 문을 열자마자다. 이번에 닫힌 문은 좀 크게 닫혔다. 올해 내내 아주 공부 열심히 할 거 같다.


물론 스스로 업그레이드시키는 걸, 운동하면서, 얼굴이나 패션을 꾸미면서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그럴 에너지가 없다. 불어 공부도 좀 누워서 한다. 강의 듣기, 단어 암기, 불어 앱 사용을 하며 누워서도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오빠가 부모님께 내 얘기를 했다고 한다. 너무 뻔한 단어를 모자이크했나...


불어 공부하는데 예문 상태가 예술이다.



괜찮다. 이렇게 계속 공부하며 살아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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