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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가연 Aug 25. 2024

1. 기획사 찾기 여정

본격적으로 기획사 찾기에 나섰던 건, 2016년 대학교 1학년 때였다. 2016년 5월 첫 싱글을 내고 이어 9월 두 번째 싱글까지 발매하였다. 유튜브는 이미 2015년 말부터 영상을 업로드하던 중이었다. 자작곡 싱글과 유튜브 영상을 활용하여 메이저 기획사부터 소형 기획사까지 다양하게 메일을 돌렸다.


"지금 사진하고 영상이 완전 마이너스가 되고 있어요. 그래서 직접 얼른 만나서 얘기해보고 싶었어요."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 프로필 사진은 내 매력을 전혀 드러내지 못했고, 영상 역시 얼굴이 잘 드러나지 않거나 부족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음악 활동을 시작하는 단계였고 그런 잠재력을 보고 신인을 발굴하는 것이 회사의 역할이다.


2017년에는 가수 지망생으로서 오디션을 보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수 있는 기획사 1차에 합격하여 2차 면접에 간 적이 두 번 있다. 2017년엔 한 해 동안 50번 공연을 한 만큼 영상 자료가 많이 쌓였다. 그 자료를 토대로 2018년 한 차례 더 불살라 소속사에 지원했다.


그렇게 120-150번 메일을 보내거나 직접 오디션에 참가하였다. 하지만 그 시기가 지나고 2019년, 부르고 싶은 노래도 없고 소위 '슬럼프' 시기가 찾아온다. 2020년 코로나가 터지기 직전까지 발바닥에 불 나도록 달렸어도 모자랄 판에, 공연도 노래도 많이 하지 않았다.


그러나 꼭 필요한 시기였다. 다시 정신 차렸을 때 이미 코로나로 공연 기회가 막혀버린 것이 아쉬웠을 뿐, 나는 왜 지금 부르고 싶은 노래도 없을까 돌아보고 휴식하는 시기가 반드시 필요했다. 2019년 10월, 11월에는 설리와 하라언니의 사망으로 과연 이렇게 기획사에 들어가는 것을 추구하는 것이 내가 행복한 길인가, 연예계에 정나미가 다 떨어졌다. 힘들었던 2018년을 겨우 벗어난 2019년이었고, 나는 죽고 싶지 않았다. 기획사를 향한 열정이 한 줌의 재로 타 없어진 시기를 맞이했다.


기획사가 생기기 위한 나의 도전은 마치 불사조와 같았다. 비록 내려놓은 것처럼 보여도 그 불씨가 늘 남아있었다. 당장 기획사가 생기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 기획사는 내 음악 활동에 지원을 받기 위한 방법이지, 기획사가 없다고 해서 음악을 할 수 없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영국에서 대학원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간다면 소속사가 있고 싶었다. 영국과 한국 생활 사이에서 고민이 들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내가 한국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자작곡으로, 한국어로, 있는 그대로 감정 표현을 하고 세상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내가 음악을 하는 이유였다. 그리하여 6-7월 동안 90군데에 달하는 기획사에 메일을 보냈다.


나를 불살라본 사람은 두 가지를 알게 된다. 하나는 내가 이만큼 열정과 마음의 크기가 깊다는 것이고, 하나는 그렇게 두 번 불살랐다가는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거다. 이 모든 과정은 어떻게 해야 오래오래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을지 깨닫는 중요한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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