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싶은 집

by 이가연


교육 박람회에서 해 본 결과다. '새로운 일이 주어졌을 때 어떻게 하나요?' '일단 해본다'와 같은 답변 몇 개를 했더니 저렇게 나왔다. 그러고 보면, '나중에 돈이 많아진다면'이라는 전제로 뭔가 짓고 싶어 했다.


학창 시절 최애 영화가 '건축학개론'이었다. 대본집도 인쇄해서 보고 그랬다. 그렇다고 한들, 영화를 보면서 나도 내 집을 지어서 살고 싶단 생각은 안 했다. 아파트에 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국 잠깐 있다 오더니 생각이 달라졌다. 가장 친했던 친구는, 평생 한 번도 아파트에 살아본 적이 없었다. 그러니 시야가 넓어졌다. 2층 집이라고 하면 뭘 상상했는지 모르겠는데, 막상 가보니 2층 집도 별 거 없이 아담한 집이었다.


친구가 살던 셰어하우스도 가봤고, 본가도 가봤었다. 둘 다 구조는 비슷했다. 1층엔 거실과 주방이 있었고, 2층에 화장실과 방들이 있었다. 영국 오빠네 집도 가본 적이 있는데, 1층에 그랜드 피아노 두 대, 업라이트 피아노 한 대가 멋지게 있었다.



사람은 역시 본 만큼 꿈꿀 수 있는 건가. 이래서 많은 걸 보고 겪어야 한다. 충분히 목표 삼을만하다.


영국 오빠는 1층을 저렇게 레슨실로 활용했다. 학생들이 레슨 받으러 집에 오는 식이었다. 역시 나도 그러고 싶다. 피아노, 기타, 우쿨렐레, 텅드럼, 칼림바 같은 악기들을 전부 한 데 예쁘게 정리해두고 싶다.


2층엔 서재를 둘 거다. 우리 집엔 거의 내 책만 있다. 내 집이 생긴다면 도서관처럼 100번부터 900번대까지 정리해서 하나의 방에 싹 다 꽂아둘 거다. 지금은 동생 방, 냉장고 옆 서랍장과 같이 뿔뿔이 흩어져있어서 별로다.


그리고 먼 훗날 내가 죽으면 그 집은 나의 박물관으로... 활용하는 거다. '미니 1집을 작사작곡하던 당시에 즐겨 입었던 옷'이라며 사우스햄튼 학교 티가 진열될지 모르는 일이다. 혼자 공연을 다니기 시작했던 2017년부터 써온 공연 일지도 전시가 될 테다. 그런데 나는 자식도 안 낳을 건데 그걸 누가 해주냐. 저작권료는 사후 70년까지 지급된다. 나를 찾아주는 사람도 많고, 다 운영이 될 정도의 사람이 될 거다. 벌써 그런 날을 생각한다니.


인생은 모를 일이고, 일단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꿈꾸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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