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때까지만 해도 전공을 계속 바꾼 이야기를 눈물 없이 말하기 어려웠다. 그도 그럴 것이, 중2 때부터 내가 희망했던 건 실용음악 보컬 하나였음에도 거진 4년 가까이 인고과 인내의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간단히 요약하면 중2 때는 성악, 중3 때는 실용음악 작곡 및 뮤지컬, 고1 때는 클래식 작곡, 다시 고2 때 뮤지컬 그리고 고3 때 실용음악 보컬을 본격적으로 준비할 수 있었다. 전공 준비를 바꿀 때마다 심한 고통이 일었다. 하지만 그 과정이 매우 외롭고 힘들었을지라도, 어린 나이부터 내가 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해낼 것이라는 자기 확신이 강했다.
자기 효능감, 스트레스 관리, 목표 설정과 같은 능력을 체득했을 뿐만 아니라 그 경험이 현재 나에게 도움이 되는 점도 많다. 첫째로, 다양한 음악 전공 입시를 최소 몇 달씩 경험해 봤기에 관련 분야에 대한 지식이 있어 음악을 대하는 시야가 넓어졌다. 둘째로, 뮤지컬 전공 입시는 실제로 예고 합격 경험이 있어 뮤지컬 전공 특기로 노래를 준비하는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다.
또한 실용음악 보컬은 경쟁률이 높아서 불안하다는 이유로 다른 전공 준비를 하며 나중에 편입을 희망하는 나 같은 학생을 만난다면 진심으로 공감하고 조언해 줄 수 있다. 그렇게 다양한 전공을 경험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컬 전공 경쟁률이 5:1이었다면 진작 중 2 때부터 했을 것이다. 하지만 가고 싶은 대학은 400:1, 500:1에 달하고 생전 처음 들어보는 저 멀리 있는 대학도 100:1이 넘는다는 사실은 공부 잘하는 학생을 겁먹게 하기 충분했다.
내가 잘하는 게 무엇인지,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10대 때 이미 충분히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하고 싶은 게 뭔지, 잘하는 게 뭔지 모르는 기분을 중학교 1학년 때 이후로 모른다. 이미 그때부터 내가 음악과 영어를 잘한다는 사실을 알았고 고등학생 때는 이를 더욱 발전시키며 이미 능력을 대외적으로 발휘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10대 때 미리 고생하고 대학생 때부터는 더 이상 진로 고민 없이 싱어송라이터라는 목표를 향해 직진할 수 있었다.
그 모든 경험이 이제는 소중한 자산이 되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