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 5일 있을 예정인데, 그중 이틀 공연이 잡혔다. 게다가 날짜도 마음에 든다. 도착 첫날과 마지막 날이다. 작년 9월에 영국 갔을 때에는, 도착하자마자 3일 연속 공연해서 무리였다.
호주는 2004년 초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 엄마랑 간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라 무려 22년 만이다. 아는 거 없다. 그런데 그렇게 공연을 잡는 과정이 당연하고 쉽다.
방법은 간단하다. 인터넷에 시드니 오픈 마이크를 검색한다. 시드니 같은 대도시는 없을 수가 없다. (영국은 작년 9월에 너무 시골 도시에 숙박해서, 그 3일 이후로 찾을 수 없던 게 문제였다. 앞으로는 런던과 사우스햄튼 숙박만 하기로 했다.)
그러면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뭔 오픈 마이크가 있는지 뜬다. 거기에 미리 예약할 사람은 메일 보내라는 공고가 있다면 다행이다. 메일 보내면 된다.
뉴욕도 가고 싶어서 알아보다 말았는데, 미국 가더라도 똑같다. 물론 다 영어권 나라여서 자신감이 있긴 하다. 어디 태국이었으면 그냥 관광만 하려 했을 수 있다.
문득 '나 좀 멋있는데' 생각이 들었다. 그냥 혼자 해외여행 가는 것도 무서워서 안 간다고 할 사람도 얼마나 많을까. 이건 단순히 영어가 한국어처럼 편하다고 되는 게 아니다.
공연에 대한 열정과 사랑, 낯선 사람에게 메일 보내는데 고민 안 함, 낯선 펍에 혼자 들어가서 노래 부르고 오는 것에 매우 익숙함, 이 모든 것이 합쳐져야 쉽다.
2017년부터 한국에서 '혼자' 100회 이상 공연 다녔다. 그런 것도 내가 strong independent woman (강하고 독립적인 여성)으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 친구, 애인이 없었다고 징징대기엔, 이를 통해 하늘이 나를 지금 모습으로 만들고 싶어 했던 거 같다. (이제와 돌아보면 내 수준에 맞는 사람이 없었다. 그럴 만한 풀에 있지를 못했단 걸 깨달았다. 영국 오빠가 늘 한국은 나를 품기에 너무 좁다고 해준다.)
나 좀 봐달라는 이메일도 수천통을 보내봤기 때문에, 영국 펍들이 답장도 안 왔어도 괜찮았다. 그런데 호주는 바로 메일 답신이 와서 좋았다.
괜히 또 혼자 가서 고생만 할까 걱정이 많이 되었는데, 한 시름 덜었다. 이제 한 달 남짓밖에 남지 않아 기대가 된다.
여담으로, 3월 4일에 간다. 누군가 생일을 피해서 잡았는데, 의미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