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답이 있다

by 이가연

2023년에 썼던 공연 지원서를 보고 좀 놀랐다. '어떻게 이렇게 밖에 공연 소개를 못 해놨지...?' 싶었다. 어차피 부르는 곡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자작곡 발매로 인해 자작곡 레퍼토리만 추가되었을 뿐, 커버곡은 추가된 게 없다.


2023년까지는 내 목소리 특징 얘기하고, 레퍼토리 곡목 읊는 데에 그쳤다. 곡목만 나열하면, 그래서 사람들이 이 공연을 왜 좋아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현재 공연 소개는 다르다. 작년부터 내 공연을 디즈니 / 올드팝 / 자작곡으로 나눠서 설명한다. 나는 팝만 가지고도,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곡들로 사람들을 사로잡는다. 익숙한데 신선함이 포인트다. 나처럼 행사에서 샹송 부르는 싱어송라이터는 스텔라장 밖에 못 봤다. 물론 내가 모르는 걸 수도 있지만, 그만큼 흔하지 않다. 그런데 나는 중국 노래인 월량대표아적심도 부른다. 총 4개 언어로 노래한다.


노래를 다양하게 잘할 줄 알면, 그걸 공연 소개에도 잘 녹여낼 줄 알았어야 했는데, 공연 기획 능력이 부족했다.

이건 나 스스로 깨우쳐야 할 부분이었다. 취준생들은 찾아보면 이력서, 자기소개서 컨설팅을 받을 수 있지만, 나는 그 누구에게도 지원서를 들이밀며 피드백 좀 해달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취준생은 취준생 스터디라도 있을 텐데, 나처럼 똑같이 이렇게 공연팀 지원하는 사람하고 대화할 수 있는 기회는 없었다. 먼저 말 걸고 다른 뮤지션과 친해지고 싶단 노력은 10년 간 한 번도 빠짐없이 실패했다. 공연팀을 선발하는 심사위원 입장에 서본 사람과 이야기해 본다면 제일 좋겠지만, 그런다고 나에게 유용한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 살면서 어떤 분야에서건 나한테 유용한 피드백을 해주는 사람을 만나기는 매우 어려웠다.


주어진 현실이 그렇다면 혼자서도 방법이 있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더 좋아할 수 있는 공연이 될까 생각하는 것. 그렇게 내 공연을 대하는 자세가 더 성숙해지는 것. 그게 그냥 정답이다.


3년 전에도 이미 내 경력과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이젠 더불어 자신 있게 내 공연에 대해서도 말할 수 있다. 내 공연에는 이야기가 있다. 단순히 '노래 잘하네'하고 지나갈 공연이 아니라, 디즈니 노래를 부를 때는 정말 영화를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고, 여러 나라 팝을 부를 때엔 문화적 배경과 곡 소개를 통해 노래로 세계 여행을 하는듯한 기분을 준다. 실제로 '진짜 인어공주인 줄 알았다'는 말도 많이 듣고, '월량대표아적심' 노래를 부를 때 전 연령 모두가 편안하게 즐기는 모습을 여러번 봤다.


나만 할 수 있는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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