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자작곡

by 이가연

나는 노래를 '쓰지' 않는다. 그냥 어쩌다가 나온다. 올해 목표는 혼자 곡 쓰지 않는 것이었거늘, 어쩔 수 없이 하나 또 나왔다. 혼자 마음이 굉장히 힘들 때 나오기 때문에, 다음 곡은 행복하게 둘이서 쓰고 싶었다.

멜로디와 가사가 동시에 훅 나오기 때문에, 가사가 내 정신 상태를 가감 없이 반영한다. 이번에 나온 가사를 보고 좀 걱정이 되었다. 상대방 입장에서 무섭지는 않을까. 기가 막히진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이것이 날 시험하는 악마의 목소리인지, 내가 꼭 들어야 할 현실적인 목소리인지 모르겠다. 사실 안다. 전자인 거.

어젯밤 꿈에서 상대방 하고 카톡을 했다. 만나자는 약속을 잡는데, 내가 종로에서 보자고 했다. 꿈에서 종로가 중간 지점이었다. 걔가 나한테 무슨 만둣국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걔가 지하철 3호선 하고 연관이 있거나, 최근에 만둣국을 먹었거나 하면 내가 타로하는 뮤지션이 아니라 신들린 타로하는 뮤지션이겠다.

그래서 혼자 종로에 다녀왔다. 혹시 신의 계시일까 봐.
쥐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루에 수십 번씩 보고 싶어 한 것도 800일이다. 성인 이후로 남자를 최장 60일 좋아해 본 내가. 태어나서 데이트라곤 최장 60일 해본 내가.

누군가를 800일째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많은 사람들이 오해했어서 추가하자면, 사귄 적이 없다. 이별 노래 아니다.

그것이 이 곡의 배경이다.



아직 잔기침이 남아 있어서 노래를 부르는데 자꾸 기침이 나올 것 같다. 가만있으면 기침이 안 나는데, 말만 하면 기침이 자꾸 나온다. 노래를 부를 상태가 아니다. 몇 번 안 불렀는데도 두통이 왔다. 근데 그건 아무래도 당사자가 노래를 들어도 똑같은 두통이 올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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