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해 아냐?

by 이가연

*이 매거진을 처음 보시는 분들께 알림*

다른 글들과 다르게 마음 속에 있는 말을 필터 없이 꺼내놓는 연습장과 같은 매거진입니다. 한 사람에 대한 시이자 노래이기도 하죠. 다른 글들은 몇 번의 검토를 거친다면, 이 매거진은 비교적 그렇지 않습니다. '내가 이런 글을 세상에 이렇게 다 내놓는 게 맞나. 이렇게까지 솔직해도 되나. 이야 지난 글이 제일 날 것인 줄 알았는데, 더 날 것이 나오네.' 하는 감정을 지난 1년 넘게 이 매거진에 쓰며 느껴왔습니다. '저런 사랑도 있구나.' 라고 생각해주시는 것만으로도 좋고, '저 사람은 저런 감정의 소용돌이와 아픔을 예술로 승화시키는구나'라고 생각해주신다면 행복할 것 같습니다.




어차피 이게 다 나중에 예술이 된다고, 이래야 진정한 예술가가 된다고 슬픔을 느끼는 행위를 지속하는 것도 일종의 자해 아닌가.


한 달 반이 넘게 1이 안 사라지는 채팅창에 계속 채팅을 보내고 있다. 열 명 중 아홉은 진작 차단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아이고 아니다. 천 명 중에 999명은 누군가랑 마주칠 수 있다는 희망 없이 못 살겠다고 8시간 뒤에 출발하는 영국행 비행기를 끊지 않는다. 매거진에 250개의 글을 쓰지도 않는다. 딱 250개 됐다. 진. 짜. 축. 하. 한. 다.


'죽은 사람에게도 계속 카톡 보내는 사람도 있을텐데 뭐.'라고 하기에는 죽은 사람에게 카톡 보내는 사람은 어차피 안 읽을 거 알면서 보내는 거고, 난 다르다. 나는 미리보기로 읽고 있을 거라는 믿음이 100%고, 차단해서 1이 안 사라지는 거라는 생각은 '악마의 목소리다'하고 열심히 치운다. 이제는 미리보기로 읽기 편하라고, 글자수도 딱 미리보기에 다 들어가게 맞춘다. 그러려면 '나와의 채팅'에 7번은 연습해봐야 미리보기에 다 들어가게 보낼 수 있다.


보내고 나면 몇 시간씩 힘들어하는데 그게 자해가 아니냐. 군것질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데도, 평소 안 먹던 것도 막 먹게 된다. 자해라고 하면 무시무시하게 들릴 수 있지만, 생각보다 일상 속에 많이 숨어 있다. 잠 안 자는 것, 배고픈데 안 먹는 것, 아픈데도 이 정도면 버텨야지 하고 약 안 먹는 것, 다 해당 된다. 내가 계속 눈 아프다, 눈 아프다 하면서도 힌국과 영국에서 공연 자리 알아보던 것도 마찬가지다.




내려놓음. 눈에 보이는 짐이어야 내려놓지. 마음을 무슨 수로 내려놓냐.


법륜 스님 영상에서도 스님께선, 그냥 내려놓아야 될 걸 뜨겁다 뜨겁다만 하고 있으면 어쩌나 하셨다. 근데 그건 비유적인 표현 아닌가. 실제로 무거운 짐을 들고 있으면서 무겁다 무겁다 하는 사람이라면 스님 말씀이 맞다. 그런데 마음의 짐은 눈에 보이질 않는데 어떻게 내려놓나. 명상? ADHD인은 가만히 명상하면 더더더 부정적인 생각만 소용돌이 친다. 그래서 ADHD약을 먹으면, 그 생각의 고리를 셧다운시켜준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약도 다 부작용이 심해서 못 먹는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왼쪽에 든 마음의 짐이 너무 무겁다면, 오른쪽에도 들고, 머리에도 이고, 별 쇼를 다 해서 더 이상 왼쪽 짐이 무겁게 느껴지지 않게 하던 거다. 오른쪽 짐은 한국에서 어떻게 해야 돈을 벌까, 머리에 이던 건 영국 페스티벌에 폭풍 지원해서 영국 언제 갈지 연구하던 거였다.


그게 자해라 한들, 뭐 어떡하나. 아무도 뭐라할 수 없다. 내 뇌가 얼마나 남들과 다르게 돌아가는지 모르니까 뭐라고 하면 안 되는 걸 떠나서, 원래 사람은 알지도 못 하면서 남한테 뭐라고 하면 안 된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당장 내 기분을 조금이라도 좋게 만드는 것이다. 오른쪽에 짐을 이든, 머리에 이든, 그러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심지어 왼쪽, 오른쪽, 머리에 인 짐이 동등하게 무겁다고 느꼈다. '이야 이 어려운 게 되네'하며 행복해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이제 더 이상 공연 지원할 것도 없고, 영국 페스티벌들도 3월 중순은 되어야 연락 준다고 하니, 왼쪽 짐이 너무너무너무 무겁게 느껴졌다.


임시방편인 거 누가 몰랐을까. 그럼 다른 방법 쓰면 된다. 젤라또를 사먹었는데, 그러면서 아주 잠깐의 즐거움을 얻었다. 다 먹었으면 이제 끝났으니까 또 다른 즐거움 찾아야 된다. 그래서 글창을 켰다. 발행 버튼을 누르고 나면 또 잠깐의 즐거움이 있다. 그러면서 연명하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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