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에 처음 갔을 땐, '우와 앞으로도 소도시 여행을 좀 해야겠다. 참 아름답다' 정도로 생각했다. 누구 보라고 열심히 올리다 보니, 유튜브에 브이로그를 찍어 올리는 재미도 들었다.
네 번 다녀온 지금은, 그동안 해온 모든 것이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얼마나 거름이 되었는지 안다. 예를 들어, 그럴 일 없겠지만 전주에서 온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고 치자. 지금은 전주라 하면 한옥 마을 밖에 모른다. 하지만 창원에 대해서 그렇게 투어 가이드 할 수 있을 정도로 빠삭하게 알아봤던 경험을 살려서, 전주도 얼마나 잘 알게 되고 자기 고향처럼 느끼게 될까. 이미 창원도, 창원 사람을 만나면 5분 만에 호감을 살 자신이 있다. 창원 가로수길만 해도 두 번 가봤다. 원래는 마창진 중에 진해는 잘 몰랐는데, 이번에 진해 군항제도 다녀온 덕에 마창진 어디 사람이든 다 대화 가능하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이, 결과가 생각한 대로 눈에 보일 거란 뜻은 아니다. 배신당한 기분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노력이 1년 뒤에 나타날지, 5년 뒤에 나타날지, 아무도 모른다. 자신에 대한 믿음과 하루하루 즐거움을 추구하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
전에는 '그 사람 덕에 내가 유튜브도 매우 더 열심히 했네. 글도 원래보다 훨씬 많이 쓰고 그 과정에서 깨달음도 많이 얻고 성숙해졌네. 곡도 많이 쓰고 소리와 감성이 깊어졌네.' 등등 감사함을 느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느낀다. 이건 그냥 다 내 덕이다. 누군가를 2년 넘게 하루도 안 빠지고 오매불망, 지고지순, 전심전력을 다해 좋아하는 사람은 수두룩빽빽이다. 그런데 나 같은 사람, 내 근처도 가는 사람은 아무리 봐도 없는 거 같다. 아무도 이렇게 모든 걸 다 쏟아붓지 않고, 사귄 적도 없는데 이렇게 다시 태어난 사람처럼 다르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그리워했다가, 새로운 사람 찾다가, 그리워했다가 반복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나는 그 과정은 이미 2024년에 끝냈다.)
작년 초부터는 '내가 더 멋진 사람이 되었을 때, 우주가 정한 베스트 타이밍에 만나겠지.' 하는 마음으로 살았다. (당장이 아니라는 슬픔에 적셔진 날들도 많았지만, 근본적인 믿음은 흔들린 적이 없다. '우주가 정한 타이밍이 대체 언제야'하는 한탄이었다.)
시작은 누가 보길 바라며 모든 걸 했지만, 내면에 얼마나 많은 것들이 축적되어 왔는지 생각하면 요즘 참 경이롭다. 그리고 그 사람이 아니었어도, 나는 예술에 매우 몰입했을 사람이다. 영국 가기 전부터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 한 사람이 이토록 연료가 되었던 적이 처음이었을 뿐.
마창진을 다 아는 서울 여자의 앞으로가 더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