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사랑을 필요로 했나.
아니면 사랑이 예술을 필요로 했나.
영국 가기 전, 약 5년 동안 한 곡 정도 썼는데 그 한 곡 마저도 뭐였는지 잘 기억도 안 난다. 원래 나에게 사랑은 중고등학교 때 혼자 좋아했던 첫사랑이 전부였다. 그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나는 싱어송라이터였다. 덕분에 학창 시절 많은 곡을 썼다. 성인 이후로는 두 달 이상 감정이 지속되고, 내 심장을 울린 사람이 없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반응해야 예술이 나왔기에, 나는 예술가로 살기 위해 사랑을 필요로 했다.
그런데 사랑을 하면서도 난 예술이 너무 필요했다. 그렇지 않으면 누군가를 알고 지냈던 영국이 아니면 숨이 안 쉬어졌다. 영국 가는 것이 한두 푼 드는 것도 아니고, 참다 참다 창원 가곤 했는데 그 사이 예술이 숨 쉴 구멍이 되어주었다.
폐인이 되지 않고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사람처럼 살려면 나는 반드시 예술이 있어야 했다. 나의 예술적 재능과 표현력이 아니었다면, 매일 정신과 약을 먹어야 했을 것이다. 확신할 수 있다. 매일매일 지독한 상사병이었다. 음악으로 부족하면 글을 쓰고, 글로도 부족하면 타로를 했다.
때론 이것이 상당히 잔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런 매우 강렬한 감정 자체를 평생 느끼지 않을 사람도 태반일 텐데. 나는 왜 이렇게 감정을 남들보다 몇 배로 느껴서. 그래서 예술가로 태어났음을 확신한다. 세상에 사랑과 예술을 뿌리는 게 내 임무다. 하늘이 어쩔 수 없이 '너 좀 힘들겠지만, 이겨내거라. 그래야 더 큰 예술인이 된단다...' 하며 눈 딱 감고 고통을 겪게 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누군가를 마음에 품는 것이 아니라, 나를 알고, 내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나를 통해 세상이 조금이라도 더 따뜻해지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