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란 조경국 지음 / 유유 출판사
어제부터 빨리 오늘 도서관에 가서 관련 책을 찾아보고 싶었는데, 마침 새로 생긴 도서관에 책이 참 많아서 찾았다. '서울의 말들'도 있어서 읽을 예정이다.
p10 되돌아보면 태어나 자연스레 익혔던 토박이 입말을, 학교에서 익힌 글말로 억지로 고쳐 가며 산 것 같다. 경상도 안에서도 사투리를 덜 쓰는 사람이 더 교양 있는 사람이라 여기며 자랐고, 경상도 밖에서는 사투리를 쓰지 않으려고 긴장하며 살았다. 언어생활 어디에서도 '자연스러운 나'가 될 수 없었다.
- 나는 겪어보지 않아서 안타깝게도 완벽하게 이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편안했으면 좋겠다. 나도 비슷한 과정을 겪은 적이 있다. 모국어는 한국어, 아주 아기 때부터 학습된 건 미국 영어라, 커서 영국 영어를 주입하려고 해도 결국 세 가지가 다 섞인 발음으로 살 수밖에 없다. '만다꼬 영국인이랑 똑같이 되어야 하나. 나는 나다.'하는 마음으로 이제는 살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 서울 올라온 사람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그게 그냥 너다!!
p21 한때 경상도 남자는 무뚝뚝하다며 희화한 이야기가 온 데 퍼진 적이 있다. 경상도 남자는 집에 들어오면 딱 세 마디만 한다고. "밥 도." "아는?" "자자."
- 딱 들어도 아주 옛날이야기다. 그러니 우리 할머니가 경상도 남자는 무뚝뚝하다고 할 법하다. 나는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갑자기 그냥 그러셨다. 할아버지가 경상도 사람이었는데 진짜 좀 할머니에게 살갑게 한 기억이 전혀 안 난다. (너무 오래전에 돌아가셔서, 억양은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할머니가 내가 경상도 남자 만난다고 하면, 절대 안 된다고 반대하실 것도 아니다. ^^
p32 진주 말에 애나가 있는데예, 당신을 사랑합니다고 했더니 애나? 하는 바람에 벌써 애를 낳잔 말이가 겁이 나서 야반도주를 하고 말았다는 사내 얘기가 있지예
p33 애나는 '참말' '진짜'라는 뜻인데 (중략)
- 이건 실로 오해할 수 있다. 내가 만일 "결혼하자." 했는데, 남자가 "애나?" 라고 하면 상상만 해도 그걸 나는 "애를 낳아서?"로 들어서 심장 쿵 떨어질 거 같다. 그럼 도대체 그걸 서울 사람이 뭔 뜻으로 알아듣나... 그 상황에서 만일 다 무너지는 얼굴로 얼마나 내 인생에는 절대 애가 없을지 말하면 사투리로 생긴 끔찍한 오해다. 책에서는 진주의 고유 말이라 한다. ^^
p39 "니 나이가 몇 갠데. 오토바이는 고마 타고 댕기고" (중략)
- '나이가 몇 개' 이 것도 사투리였나. 몰랐다... 원래는 나이가 몇 '살'로 말해야 되는 걸 장난치는 건 줄 알았다. 마치 '하나도'가 아니라 '1도'로 말하는 것처럼...
p41 통장에 들어온 원고료의 동그라미를 세며 래퍼 미스타-씨(Mista-C)의 노래 '난 끌베이' 가사가 떠올랐다. 쪽팔려서 말도 못 했지만은 / 내 음원 수익은 꼴랑 만 원 (중략) '끌베이'는 거지를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다.
- 마!! 만원? 나는 15곡 내고도 한 2천 원 들어올걸?
p43 아마 내가 어디라도 다쳐 병원에서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으면 이리 말할 것이 분명하다. "내가 머라켔노. 뽈뽈기리고 싸돌아댕기지 말고 조심하라 했제. 잘한다, 잘해."
- 정말 궁금한 것이 있다. 경상도 남자가 연애해도 저렇게 말하나. '아 서울 사람한테는 이렇게 말하면 안 되지.'하고 서울 여자에게 말할 때는 "괜찮아?" 하나. "내가 머라켔노"하는 순간 이 대문자F 서울 여자 가슴이 가뭄 난 것처럼 쩌억쩌억 갈라질텐디.
p47 "니 어제 아레 뭐했노?"라고 물었더니 "아래에서 뭘 했다는 거야?"라는 엉뚱한 반문을 받았다.
- 에헤이 '그저께'라고 안 한다고? 설마...
p47 추동훈 기자가 만난 임유정 라온제나스피치 커뮤니케이션 대표는 경상도 사투리의 '화려한 리듬감'은 표준어를 배우는 데 매우 불리하다고 설명했다.
- 하지만 노래를 배우는 데에는 매우 유리하다. 주눅 들지 말라! 그렇다고 경상도 사람이 다 노래를 잘한다는 말이 아니지만, 유리할 수밖에 없다. 쉽게 생각해 보라. "마!!!" 하는데 벌써 복식이다.
p47 전문가를 만났지만 당연히 기자도 1시간 만에 사투리를 고칠 수는 없었다. 굳이 사투리를 고쳐 표준어를 쓸 필요는 없겠지만 같은 사투리라도 발음과 발성이 정확하면 당연히 전달력을 높일 수 있다.
- 누가 나한테 사투리 고치고 싶다고 하면, 일단 사투리는 고치는 게 아니라 바꾸는 거라고 한 소리 한 후, 도와줄 수 있을 거 같다. 그냥 서울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발음과 발성은 내 영역이기도 하다. 스피치를 배운 건 아니지만, 미국 영어에서 영국 영어로 빠르게 바꾼 것을 보았을 때 분명 그 감각이 있다. 귀가 열려있고, 발음과 발성 훈련을 받은 기간도 길다. 표준어 가르쳐보고 싶다... 물론 내가 경상도 사투리를 따라가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지만.
p69 "하하, 까꼬막이라 오랜만에 듣는 말이라예. 우리 동네는 까꼬막이 없습니더." 40대 여성이 호들갑을 떨자 옆에 있던 70대 초반의 여성이 우아하게 말했다. "세사 올 일이 없는 동네 온께네 잊아삐고 있던 말을 다 듣네예. 깔꼬막을 이리 항꾸네 (함께) 갈 때는 뒷사람이 앞사람을 쪼매씩 밀어주모는 심이 (힘이) 덜 들지예."
- 이야... 그니깐은 70대부터 내가 알아듣기가 어려워요. 글로 읽으면 좀 괜찮지만, 성조가 들어가면 난이도가 매우 올라간다.
책에 나온 언어는 최소 50대 이상 언어다. 예전에 창원에서 택시 탔을 때는, 잘 모르겠어서 메모장에 '파이다'라고 적어놓기도 했다. "영 파이다 파여"라고 반복해서 말씀하시니 저 단어는 알아야겠다 싶어서 적어놓은 거 같다. 20, 30대 경상도 사람과 대화하는 데는 아무 문제없단 걸 이미 안다. 50대 이상과 대화할 일이 당장 안 생기더라도, 그냥 배경을 알아두고 싶다. 언젠간 쓰인다.
영국과 똑같다. 뭔가 좋아하면 공부해서 내 걸로 만들고 싶다. 처음엔 영국에서만 쓰이는 단어와 발음을 익혔고, 요즘엔 영국 역사에도 관심이 생겼다. 그게 내 방식인 거 같다.
아무리 내가 책을 보든, 유튜브를 보든, 창원에 1박 2일 갔다 오든, 계속 70대 경상도 사람의 말은 많이 못 알아들을 거다. 거기서 살아야 된다. 영국도 조금이나마 살아봤고, 가장 친한 친구가 영국인이었다. 아니면 경상도 사람이랑 제일 친해지던가.. 같이 살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