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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ADHD와 나

내가 한국을 떠나야 하는 이유

by 이가연

작년부터 올해 봄까지만 한국에서 기회를 찾아볼 거라고 말했다. 작년 12월, 졸업식 때문에 영국에 갔을 때 교수님이 홍콩, 미국 등 여러 기회를 알려주신 것도 그 연장선이었다.


그 이유는 첫 째, 내 능력과 경험이 한국에서는 크게 경쟁력을 갖기 어려운 구조다. 외국어 실력, 다양한 경험, 다재다능함이 강점이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인재가 설 자리가 없다. 보컬 트레이너만 해도 경력 10년, 20년 이상 된 사람들이 이미 자리 잡고 있다. 70:1의 경쟁률 속에서 단 한 명을 뽑는다면, 나라도 경력이 많은 사람을 선택할 것이다. 영어 회화 선생님도 수십 번 지원했지만, 한 번도 서류 합격조차 되지 않았다. 방법은 개인 레슨, 과외인데 그건 아무리 몇 년 전부터 블로그 이웃 천명이 넘어도, SNS를 열심히 해도 전혀 문의조차 들어오지 않았다.


한국보다 해외에서 훨씬 더 편안함을 느낀다는 것도 크다.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은 영국인 친구, 뿌리는 한국인이어도 5살 때부터 쭉 영국 산 친구, 이런 식이다. 유일하게 편하고 좋아했던 사람도 해외에서 알게 됐던 게 아닌가. 27년 인생 딱 한 명이었다. 꼭 국적이 문제는 아니다. 해외에 나와 있는 사람들은 근본적인 성향이 비슷할 확률이 높다. 한국에서는 대다수가 현실에 안주하는 삶을 선택하고, 라이프스타일과 가치관이 많이 다르다.


추가로 ADHD를 가진 사람이 한국에서 살아간다는 건 버겁다. 스티브 잡스나 일론 머스크 같은 사람들이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실제로 성공한 사업가 중 ADHD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이런 특성이 인정받기보다 ‘조절해야 하는 문제’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반면, 해외에서는 훨씬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환경이 있다.


하지만 다시 말하면, 내 능력과 경험이 아직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하더라도 지금처럼 하루하루 잘 보내면,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으면, 주변 사람들이 ADHD 특성을 잘 이해해 주면 한국이 제일 살기 편하다. 결국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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